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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민과 전북대의 약속

▲ 엄 철 호

익산본부장

예부터 약속은 천금과 같아야 한다(千金一約)고 했다. 약속과 관련해 공자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증자(曾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는데 아이가 울면서 뒤좇아 와 보챘다. 그러자 아내는 급하고 귀찮은 나머지 "어서 집에 들어가 있거라, 시장에 다녀오면 돼지를 잡아서 맛있는 고기를 먹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아내가 급하게 둘러댄 말이다. 한참이 지나 시장에서 돌아온 아내는 집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인 증자가 돼지를 잡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증자에게 깊은 생각 없이 불쑥 내던진 말이었음을 밝혔다. 증자는 정색을 했다. 아이들에게 대충 거짓말로 둘러대면 그대로 배울 것이 아니냐고 나무랬다. 또 아이가 자신이 속은 줄 알면 장차 부모의 말인들 어찌 믿으려 하겠는가 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증자와 아내는 그날 돼지를 잡아 아이에게 먹였고, 그것으로 약속을 지켰다. 증자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한 번 신뢰구조가 무너지면 엄청난 후유증이 뒤따르게 된다는 점을 의식했던 것 같다.

 

이는 돼지 한 마리를 잃는 것보다 가볍게 내 뱉은 말이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엿보게 한다. 허물없는 가족 간의 관계가 이러해야 하건대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의 약속은 더 말할 것도 없을것 같아 한번 끄집어 낸 얘기다.

 

지난 2007년 전북대와 익산대학은 정부 방침에 따라 대통합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전북대 서거석 총장은 31만 익산시민들에게 수의과대학 익산캠퍼스 이전을 철석 같이 약속했다. 수의대 본관과 동물병원을 신축하고 노후 건물 리모델링 및 실험·연구 기자재를 구입하는 등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연구 인프라를 갖춰 2013년 2월까지 이전을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워 당시 통합에 반대하는 익산 시민들의 거센 반발 민심을 잠 재웠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그가 이전을 약속한 2013년 2월이 문턱에 다가오고 있다. 그러던 지난주 전북대는 익산시민들과 철석같이 한 약속을 저버리고 2014년 2월로 이전을 잠시 늦추겠다고 밝혀왔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했으나 해당 학과 학생 및 학부모등이 새로운 기숙사 완공 이전에는 익산캠퍼스로 절대 이전을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버티고 있어 부득이 익산캠퍼스 이전은 기숙사 확충 국가예산 62억원 확보를 통한 2014년으로 잠시 뒤로 미룰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을 전하며 익산 시민들의 깊은 양해를 구했다.

 

고의적인 파기가 아니라 불가피한 약속 불이행으로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전북대측에 일단 따져 묻고 싶은게 있다. 이같은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자 그동안 전북대는 뭘 했는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 이기에 던지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북대는 기숙사 확충을 위한 내년도 국비확보를 통해 익산캠퍼스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는데 이를 믿을수 있겠는냐고 지적하고 싶다. 국가 예산이란게 원래 자기들 마음대로 확보하고 못하고 하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전북대의 호언장담을 믿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노파심으로 받아들여 달라. 수의대 익산캠퍼스 이전은 익산 시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부디 1년후에는 기숙사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 이전이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한다. 불가피한 한 번의 약속 파기는 이해와 양해를 구할수 있지만 두 번은 절대 안 된다. 비록 필부(匹夫)의 한 마디라도 천년을 변치 말아야 한다(丈夫一言千年不改)는 말이 있지 않는가.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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