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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버린 낡은 전기장판

▲ 서 양 열

 

전북희망나눔재단 운영위원장

매서운 한파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최근에 난방비를 절약하시기 위해 추운 방에서 주무시다가 홀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되었다. 이 소식은 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다. 특히, 복지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무력감과 책임감은 어찌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다. 이러한 일들은 비단 어떤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라서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 지역 어르신들 중에서도 난방비 걱정 때문에 제대로 된 난방을 하지 않고 생활위험에 노출된 어르신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 사건을 접한 이후에 더욱더 늘어가고 있다.

 

낡은 전기장판 ! 매서운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불일 때 홀로계신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홀로 계시는 것도 불안한데, 낡고 고장 난 장판 위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의 삶의 애환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

 

천원자리 한 장이라도 아껴서 자녀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부모 마음에 고장 난 전기장판이 남편이 되고, 부인이 되고, 애인이 되어 버리는 슬픈 현실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

 

유난히 올 겨울 추위가 길고 매섭다. 추위와 함께 찾아온 폭설은 어르신들의 편안한 삶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긴 겨울을 어찌 어르신들 홀로 이겨낼 수 있겠는가 ?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강대국이고, 보편적 복지국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는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홀로 긴 여정을 마감하는 어르신 들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율 전 세계 1위라는 오명 속에서 우리는 언제쯤이나 어르신들에게 제대로 된 복지의 혜택을 누리도록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낡고 고장 난 전기장판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행복한 노년은 언제나 가능해 질 것인가 ?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참 많은 언론사, 방송사의 기자들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그 연락의 대부분이 날씨도 추운데 홀로 어렵게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을 취재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일들이다. 취재의 내용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어르신들의 안전이 걱정되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이다.

 

그 대책은 무엇일까 ? 사람들마다 다양한 대책을 이야기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혹한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지속적 시행과 한시적 공동생활가정을 마련하여 어르신들이 급격한 생활상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특별히, 한시적 공동생활가정은 지역사회 유휴 노인관련기관 및 시설(경로당, 노인요양원, 노인복지관 등)을 활용하여 접근해 나간다면 일시적으로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이 될 것이다.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어르신들을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해 나가면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물론, 부족한 지자체의 예산으로 쉽게 접근하기를 어려울 수 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 시절 고생하고, 어르신이 되어서도 여전히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을 위하여 조금 더 다른 질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 이상 낡고 고장 난 전기장판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어르신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 서 위원장은 금암노인복지관 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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