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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의 반성과 교훈

▲ 김 관 영

 

국회의원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도민 여러분께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아드려도 모자랄 만큼 큰 빚을 졌다. 50, 60대 표심을 얻지 못하고, 중립지역인 수도권과 충청 민심을 잡지 못한 점, 근거 없는 낙관론과 잘못된 선거전략이 자초한 예정된 패배였다.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도민들께 정말 죄송스럽다.

 

비록 정당 경험은 일천하지만 비대위원, 대선경선기획위원, 그리고 원내부대표 등 당직을 맡으면서 민주당이 몇 가지 고질적인 오류에 빠져있는 것을 보았다.

 

그 첫 번째가 영남후보 필승론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 지역은 영호남이 각각 한 번씩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호남후보는 안되고 영남후보만 된다는 걸까? 지난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참패한 주요 원인은 참여정부에 대한 책임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기류는 '호남후보였기 때문에'라는 식의 호남후보 불가론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지역구도에 근거한 영남후보 필승론이라는 도그마는 우리 스스로 후보선택권을 좁혀 놨다.

 

둘째, 호남지역주의에 대한 편견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이미 전국정당화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를 했다. 그런데 전국정당화라는 미명하에 가장 많은 당원을 보유하고 있는 호남이 지속적으로 역차별 받았다. 지난 총선을 포함하여 역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이 가장 많이 교체된 지역이 호남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남 기득권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호남 득표율이 높았다는 것은 호남이 가장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것을 반증하는 것임에도 이를 호남지역주의라고 매도하고 있다. 이는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셋째, 역동성의 부재다. 선배 당원들로부터 '민주당이 옛날에는 안 그랬다'는 말씀을 자주 듣는다. 지난 15대 총선 때 30대의 추미애, 40대의 정동영, 천정배와 같은 인물이 나왔고, 이런 분들이 주축이 되어 정풍운동을 이끌며 참여정부 탄생의 기틀을 만들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젊은 역동성이야말로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을 만들어낸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그런데 지금은 당내 화합이라는 이름하에 당내 문제는 덮은 채 계파 간 나눠먹기가 횡행할 뿐, 논쟁은 사라졌고 제2의 정풍운동과 같은 변화의 중심세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왕적 총재가 사라졌음에도 '눈치보기'·'줄서기'는 더 하면 더 했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선이 끝난 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진정어린 반성도 보이지 못한 채 물밑에서 계파싸움, 자리싸움만 하고 있다. 저 역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넷째, 당원주권의 실종이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진정한 당원이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전체 200만 당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난 전당대회와 대선경선 과정에 참여한 당원은 대의원을 포함해서 5만 명도 채 안 된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스스로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을 만들지 못하고, 민주당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며 '야권연대'다 '시민사회와의 통합해야 한다', '안철수와 단일화'해야 한다는 식의 외연확대론에 의지하여 끌려 다녔다. 역사를 보면 구심점이 없이 이해관계가 다른 외부세력과의 연합해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 구심점이 되어야 할 민주당과 당원들이 오히려 선거운동의 중심에 서지 못하다 보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당원들의 열정과 열기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체화한 정예당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원주권을 보장하고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 민주당 혁신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전당원경선제 도입, 당직경선시 모바일경선제 폐지 및 컷오프제 폐지 등을 통해 당원에게는 권리를 돌려주고 민주당에는 혁신을 위한 새깃발·새인물을 배태시켜야 한다. 민주당이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민주당을 만들고 키워주신 호남이 못난 자식에게 매를 드는 부모님의 마음으로 직접 회초리를 들어 주시길 바란다.

 

△ 김 의원은 공인회계사와 행정고시,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역임했으며 민주통합당 원내부대표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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