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 제2사회부 부국장
하지만 출입기자 역시 모르고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고, 노사 간에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계속 들려 오는데,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니 오히려 답답함의 강도가 세간의 사람들보다 높다.
현대차 전주공장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라인과 비공식 정보라인을 총가동해 회사 내부 상황과 분위기를 점검하지만, 그들 역시 고개만 갸웃거리는 건 본인과 큰 차이가 없다. 경쟁력 강화나 회사 발전을 위해 전주공장의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다들 공감하지만, 근로조건 악화 운운하며 본인이 2교대 근무 당사자가 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는 사람들이 많아서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 전주공장 울타리 밖에선 생존권 차원의 울부짖음이 터져 나오는데, 정작 담장 안에서는 '풍요 속의 님비(NIMBY)'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쓰레기장 등 공공시설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내 주변에는 설치할 수 없다(Not In My Backyard)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논리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귀족 노동자'라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현대차에도 님비 현상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말인가.
현대차 전주공장의 최근 움직임을 보노라면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라는 여느 학부모들의 단골 변명이 연상된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학부모 딴에는 감싸주고, 노력만 좀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한 단골메뉴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뒤바꿔 생각하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머리 나쁜 꼴찌나 하등 다를 게 없다는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100점을 따낼 수 있는 환경과 내적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단지 생산량만을 기준으로 현 점수를 매기면 낙제점을 오르내리는 50~60점대에 불과하지 않을까.
'여씨춘추'에 나오는'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이란 말이 생각나 책을 다시 뒤적여 본다.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새가 있는데, 이 새는 어떤 새일까요?'라는 물음에 '3년 동안 날지 않았으니 한번 날기 시작하면 누구보다 높이 날아오를 것이요, 한번 울면 그 울음소리가 만인을 놀라게 할 것이다'라고 답한 데서 비롯된 고사성어다.
소중한 자신의 일터가 잘못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남들은 뛰는데 제자리 걸음만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결국 도태될 거란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은 새가 이젠 깃털을 가다듬고 비상의 날갯짓과 함께 주변의 기우를 모두 거두어 버릴 울음을 터뜨릴 때이다. 현대차 전주공장 노사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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