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 문화부장
전주의 대표적 문화시설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사정은 어떤가. 200년이 넘는 역사, 음악적 환경이 다른 풍토, 세계적 관광도시를 배경으로 한 극장과 20년도 채 안된 소리전당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물론 무리다.
그럼에도 스칼라 극장을 떠올리는 것은 소리전당의 미래를 보기 위해서다. 소리전당은 외형상 결코 스칼라 극장에 뒤지지 않는다.
메인 홀의 좌석 수, 주차환경, 무대와 음향 등 내부 시설 면에서 부러울 게 없다. 결국 시설의 문제가 아닌, 콘텐츠 문제로 귀결되는 셈이다.
소리전당은 그동안 매머드급 첨단 문화시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었다. 2001년 개관할 당시 이만한 규모의 문화공간이 지역에서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광주의 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소리전당에 버금가는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다른 시도에 비해 10년 이상 앞서 좋은 시설을 갖춘 소리전당이 남긴 성과는 무엇인가. 소리축제를 치르는 곳, 영화제 개폐막식장, 국내외 유명 예술단체들에게 무대를 제공한 것들이 떠올려진다.
전국적으로도 가장 열악한 재정의 전북 형편에서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시설을 만들고, 매년 3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해온 결실치고는 초라하다. 선점효과는커녕 소리전당 하면 `뭐다`할 만한 대표적 문화상품을 내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위탁기관인 전북도다. 견제·감시 기능을 갖고 있는 의회와 언론, 잘못된 운영에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0년간 그저 그런 대로 유지해온 민간의 운영에 뒷짐을 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리전당이 올린 수익금은 25억원 남짓이다. 입장료 수입 7억원과 대관료 수입 18억원을 합해서다. 전북도가 지원한 운영비는 35억원. 자립도가 50%도 채 안된다. 전북도의 올 지원비는 38억원으로 늘어 자립도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물론, 문화예술에서 재정자립이 능사가 아니다. 문제는 재정자립도 못하면서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하느냐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중 지난 10년간 전당의 메인 홀 무대에 선 숫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소리전당이 자체 기획으로 10년간 이어가는 대표 프로그램은 있나. 소리전당이 제대로 된 예술단 하나라도 운영하나. 지역예술인 인재 양성을 위해 콩쿠르 하나 꾸려가고 있는가. 지역 예술발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들 물음에 부정적인 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데 문제가 있다.
소리전당 홈페이지(sori21.co.kr)는 소리전당이 갖고 있는 오늘의 문제가 한 눈에 드러난다. 소리전당의 역사가 민간위탁이 시작된 2003년 이전에는 없다. 게시판도 비공개다. 소리전당 소개도 온통 대표의 자화자찬이다. 문화시설 홈피인지 개인 홍보용 홈피인지 헷갈릴 정도다.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을 비롯, 도내 곳곳의 공연장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에서 소리전당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다른 문화시설과 경쟁 관계가 아닌 맏형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서울 유명 예술단체 중심의 대관 극장으로는 소리전당의 미래가 암울하다. 그 미래는 지역의 문화예술이기도 하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