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숄츠 코리아컨설트 대표
나는 여전히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의 소요를 기억하고 있다. 김일성의 사망일 하루 전 한국에 막 도착했던 나는 사연을 제대로 모른 채 당시의 야단법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추후 어쨌든 지금보다 더 걱정스럽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북한의 암살단이 국경을 넘어 북한산까지 추적당했던 일 또한 기억한다. 지난 20년에 걸쳐 온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어 왔던 북측의 위협으로 있어 왔던 모든 분쟁과 소규모의 충돌은 공포심을 점차 잃게 만들었던 것같다. 그래서 이번에 받고 있는 안부 메일에 나와 가족은 잘 있으며 피난처를 구하고 있지도 않다고 답하고 있다.
2년 전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당시 서방 측에선 동북아시아에 대재앙이 밀어닥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이곳 한국에서는 꽤나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공포는 적게 느끼는 한국의 모습은 그래서 신기하다. 어쩌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린 학습하듯이 실제로 어떻게 북한이 움직이는지에 대해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에게 완전히 비이성적이며 거의 자폭하는 듯해 보이는 북한의 도발 상황은 한국인들에게는 아마도 그동안 끊임없이 있어 왔던 골칫거리 정도로 보이는 것일까.
심각하게 따지고 보면 북한의 공격에 누가 가장 이익을 얻는가. 누구도 아니다. 결국엔 북한조차 국가로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아무리 착각을 해도 김정은은 자신을 알 것이다. 그리고 비논리적이며 미친 듯이 행동하는 것도 실제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런 척 행동해서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고 심지어는 미국에 겁을 주고 국제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얻는 데 성공한다면 결국에는 말쑥하게 계획된 전략인 셈이다.
다행히 북한에서는 발견된 석유가 없다. 미국이 얻을 것이 없는 북한을 공격하는 것을 내켜 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확신하건대 김정은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상태에서 이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본격적인 전쟁은 없고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핵무기 공격 감행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제3차 대전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이 얘기는 재앙에 대해 어떤 흥미를 느끼는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얘기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내 소견으로는 어쨌든 이 한반도의 위기가 유로 위기와 그 밖에 모든 문제를 안고 있는 서구 사람들에게 다소 위안감을 줄 가능성도 높다.
그들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는 한국인들을 바라보면서 얻는 안도감과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 추측이 맞는다면 서구 미디어들이 왜 이렇게 대대적으로 북핵문제를 선전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문제는 전쟁이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 어떻게 이 교착상태를 풀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정은의 아들이나 딸이 20년이고 30년이고 계속해서 그 뒤를 잇게 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 독일에서처럼 어떤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이 같은 숙제는 아마도 전쟁에 의해서나 외교에 의해서만은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그 문제를 풀어내는 길과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때보다 북한에 대응하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는 곧 드러나게 될 것이다. 크고 나쁜 늑대를 죽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면 그건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늑대를 길들인다는 것은 가능하긴 한 걸까. 여성적인 손길로 그 같은 기적이 이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모두가 함께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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