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최근 유엔 인구국의 통계에 따르면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사는 사람이 2억 명에 달한다. 세계 인구의 3%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경우 175개 국가에 720만 명의 해외동포가 있다. 물론 이들은 이주 1세대의 후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북한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동포가 전 세계 5대양 6대주에 퍼져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우리 민족도 중국인, 유태인 못지않은 세계적인 디아스포라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지역별로 이주한 역사적 배경이 시대별로 다르고 현지 문화와 사정도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재외동포사회를 하나로 묶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같은 핏줄의 한민족이기에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고 있다. 첫째가 한민족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현지 다른 이민족들보다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둘째로 높은 교육열과 우수함으로 현지 주류사회 진출률이 다른 소수민족보다 훨씬 높다. 셋째로 강한 뿌리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이념의 대립이 끝나면서 문화, 민족의 개념이 중요시되는 시대조류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하여도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은 현지에서 잘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재외동포의 존재 가치와 잠재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경이 무너지고 민족 간 연대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국경을 초월한 민족네트워크가 가능해진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이스라엘, 인도,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많은 나라도 해외거주 및 이주자들을 자국의 경제발전 전략에 포함하고 있다. 특히 중국경제가 급부상한 배경에 4천만 명이 넘는 화교경제권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 중국 방문 때 현지 동포들과의 대화에서 "우리 정부는 우수한 해외 인재들이 국가경제에 참여하고 기여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과 기술 간의 융합이 창조경제의 주요한 요소이듯이 해외에서 교육 받고 우리와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한 글로벌 인재들이 우리 경제에 접목된다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한상들이 수출입, 투자, 합작, 청년인력의 해외취업 등 국가의 경제영토 확장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은 무한하다. 얼마 전 미국 의회에서 일본 위안부 강제동원 비난 결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도 재미 한인단체의 막후 활동이 있었다.
하지만 핏줄과 민족적 뿌리를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간적, 문화적으로 떨어져 있는 전 세계 한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을 수 없다. 한민족공동체가 건설되고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 정부는 복수국적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 등을 검토하고 있다. 동포 재단 역시 한인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재외동포 차세대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적 배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재외동포들과 함께하는 한민족공동체의식을 갖는 것이다. 고도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가져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력이 뻗어 나가는 바탕에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있음을 잊지 말자.
△ 조 이사장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했으며 주 멕시코· 브라질 대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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