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태풍이 지나고 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계적으로 하는 일은 재해 규모를 파악하고 복구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장마와 태풍에 따른 피해 중 상당 부분은 재해가 아니라 인재인 경우도 많다. 재해위험지구 및 시설에 대한 대응이 부실, 매년 인재성 재해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과 사업자 등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다.
이번 장마철을 맞아 감사원이 전국 자연재해위험지구와 노후시설물 안전성을 점검한 결과, 모두 97개 자연재해위험지구와 57개 노후시설물이 장마와 태풍 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판정됐다. 도내에서는 전주와 군산, 남원, 완주군의 급경사지와 배수펌프장 등이 지적됐다. 감사원은 해당 지자체에 긴급 안전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전주시 전미동 진기들지구의 경우 배수펌프장에 비상 발전기 등 비상전원이 없었다. 배수펌프장은 전기동력이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폭우나 강풍으로 전봇대가 넘어져 일대 수백에서 수십만 가구에 전기가 끊기는 사고가 곧잘 발생한다. 배수펌프장에 연결된 인근 전봇대가 꺾이거나, 변압기 폭발, 전선 절단 등 사고가 발생하면 배수펌프장의 기능은 상실된다.
해안도시 군산 소룡지구의 경우 재해경보시스템의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군산은 폭우가 쏟아지고, 백중사리까지 겹치면 엄청난 침수피해가 발생한다. 그런데도 재해경보시스템 경보장치가 먹통이라니 도덕적 해이가 너무 심하다.
전주 어은골은 전주천 제방 아래에 위치, 하천 높이와 별 차이가 없다. 마을이 화산과 전주천 제방에 고립된 형국이다. 이 때문에 폭우가 쏟아지면 꼼짝없이 침수피해가 발생한다. 2005, 2007, 2011년에 큰 물난리를 겪은 어은골 주민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주시가 가장 위험하다며 재해위험지구 '가'등급으로 지정해놓고 있지만, 상습침수피해를 막을 행정조치는 없다. 결국 피해가 발생하면 '재해'라고 탓한다. 완주에서는 멀쩡한 터널이 폭우에 무너지기도 했다.
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피해다. 그러나 매년 되풀이 되는 재해의 원인을 되짚어보면 인재인 경우도 많다. 수해복구사업비를 빼돌리지 않고, 제때 추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담당 공무원들이 사전 점검을 정확히 하고 대책을 세우면 피해가 없을 수 있다. 공무원이 잘못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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