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장관(74)이 5일 전격 임명됐다.
정치권에서는 시기가 문제일뿐 그가 권력의 한복판에 돌아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여겼다. 권력의 속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일찌감치 새정부의 막후 실력자인 7인회 멤버를 주목했고, 그 한복판에 김기춘 실장이 있음을 알아봤다. '7인회'는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을 비롯, 강창희 국회의장(67), 김용환(81), 최병렬(75), 김용갑(77), 현경대(74) 전 의원, 안병훈(75)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을 지칭한다.
청와대나 국회 주변에서는 막후 실세인 그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는 잘 나가는 검사로 중앙정보부 파견근무도 해봤고, '검찰의 꽃'이라고 하는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냈다.
1974년 문세광 사건때 그는 약관 35세의 검사였으나, 정보부의 베테랑들이 못한 범인의 자백을 받아낸 유명한 일화가 있다. 프랑스 암살범인 '자칼'을 아느냐고 문세광에게 물으면서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3선 국회의원에 대한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역임하는 등 남들이 한번 하기도 어려운 자리를 두루 거쳤다. 권력의 중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국정 전반을 훑어보는 능력이 뛰어났고, 특히 새정부 탄생에 커다란 기여를 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사람들은 그를 막후 실력자라 불렀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적어도 능력이나 전반적인 흐름을 읽어내는 점에서 미흡할 것이라고 여기는 이는 많지않다.
문제는 그를 보는 국민의 시각이다.특히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인에게 김기춘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이다. 그가 법무장관으로 재직중인 1992년 12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부산 '초원복국집'에서 경찰청장과 안기부 지부장 등 부산지역 관계 기관장들이 모며 김영삼 당시 여당 후보의 선거대책회의를 열었다.
당시 이 회의는 야당인 정주영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에 도청돼 일반에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김 내정자는 "당신들이야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괜찮다. 우리 검찰에서도 양해할 것"이라며 불법선거운동을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모임에서 여러번 나온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은 지역감정 조장의 상징어가 됐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말할 나위없이 영남을 말한다. 일국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기껏 모여서 한다는 말이 "우리끼리 잘해먹자"는 의미의 "우리가 남이가"였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럽기만 하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당시 법무장관 김기춘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대통령을 보좌하기에 입이 없다고 하지만, 비서실장은 국무총리나 여당대표, 국정원장을 능가하는 파워를 가진 자리다. 하물며 최고권력자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실세 비서실장의 파워가 어떨 것인지는 더 말해 무엇하랴.
이제 김기춘 비서실장이 다시 한번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으면 좋겠다.일부 지역이나 특정 권력집단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가 아닌 국민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말이다.
경남 거제 출신인 그가 전주에서 지역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만나 좋은 나라를 만들자며 "우리가 남이가"하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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