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일자리 전문기관서 1대1 맞춤형 상담 지원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 둔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CJ그룹의 리턴쉽 프로그램에서 150명 채용에 2530명이 지원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반증한다. 더구나 수도권에 비해 산업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전북지역에서 재취업에 나선 주부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력단절 여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전업주부 재취업 '산넘어 산'
전주시 평화동에 사는 김정옥씨(39)는 대학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다 결혼하면서 퇴직했다. 전업주부로 살아가던 김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남편의 사업도 많이 힘들어졌고 아이들 학원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창업을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집 가까이에 건강식품가게를 차렸다.
가게는 그런대로 수입을 올렸지만 아이들이 문제였다. 아이들을 방과후교실에 보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녁 9시가 되어서야 가게 문을 닫는 탓에 저녁시간만 되면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남편이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공부도 도와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정작 남편도 아내가 없는 빈자리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 방과후교실을 빠지면서 가게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당연히 영업에도 지장을 받았죠. 아이들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1년 정도 운영하다 가게를 접었습니다"
다행히 인수 조건이 좋아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지 않았지만 투자한 시간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었다. 김씨는 현재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오전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수입은 적어 아쉽지만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만큼 마음만은 편안하다.
"지금 보육교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온라인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보육교사가 되면 가게를 할 때처럼 저녁시간까지 무리하지 않아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또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소득입니다"
△재취업위해 기관상담 바람직
김씨처럼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업주부들은 선뜻 구직현장으로 뛰어들지 못한다.
전주시 인후동에 사는 이혜정씨(51)는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이후 컴퓨터 앞에 앉는다. 김씨가 접속하는 곳은 취업사이트이다. 작은 아이가 고교에 들어가면서 노후준비를 위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뭔가를 해보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찾기 어려웠다. 친구 동생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에서 파트타임 일을 얻었지만 육체적 고달픔에 비해 손에 들어오는 돈은 보잘 것이 없었다.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경우 대부분 주변사람들의 경험을 귀담아 듣고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부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업종에 눈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기관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하면 1대1 맞춤형 직업상담을 지원한다. 직업을 찾고 싶은 여성들에게 디딤돌을 놓아주는 역할을 해준다.
장민영씨(40)는 기관의 도움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생활비가 만만치 않았고, 노후를 생각하니 어떻게든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전북여성일자리센터를 방문했던 장씨는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상담을 받으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무직 경력이었지만 회계부분에 자신이 없어 전산사무회계양성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원하는 직장에 취업했다.
"실력을 키워도 나이는 줄일 수 없었는지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전북여성일자리센터 취업설계사가 지속적인 격려해주고 동행 면접까지 해줘서 마침내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취미로 시작했던 일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오태순씨(46)는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웃거리다가 '엄마손쿠키'에 수강 신청했다.
"오븐에서 구워지는 쿠키를 보니 마냥 신기했어요. 직접 만든 쿠키나 샌드위치를 주변사람과 나누는 기쁨 또한 컸지요. 마침 비어있는 가게를 소개받았는데 배운 기술을 활용해서 직접 카페를 운영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지요"
본격적으로 시장조사를 하고, 기자재와 가구들을 들여오며 운영계획을 세웠다. 밤새 레시피를 고민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 일을 한다는 기쁨에 들떴다. 창업 8개월째에 접어든 오씨는 아직은 큰 수익이 나지 않지만 정직하게 땀을 흘리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주시 효자동 원룸촌에 위치한 장씨의 카페는 단골손님들이 주를 이룬다. 7평이라는 소박한 공간이지만 커피향이 나고 갓 구운 빵 냄새로 가득한 카페를 예쁘게 꾸며가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덧붙인다.
△협동조합 운영도 고려해봐야
1인 창업을 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5명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어 초기 자본 부담이 적다. 전일제 일자리보다 시간조정이 쉬워 아이를 키우며 능력을 펼치고 싶은 여성들에게 일자리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지난달 전북여성일자리센터에서는 '아나콩떡협동조합' 창립식이 있었다. 퓨전떡반프로그램을 이수한 30~40대 여성 5명이 700만원씩을 종잣돈으로 보태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방지현 대표이사는 젊은 감각으로 전통과 퓨전을 넘나드는 떡을 만들어 완주군 로컬푸드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방 대표이사는 "요즘 떡 케익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제과소 케익보다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객의 눈을 끌 수 있는 화려한 장식으로 판매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 도전을 흔히 인생 2막에 빗댄다. 출산전 쌓아온 경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에 도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혼여성들은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고액연봉보다는 스스로 업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시간제 근무를 희망한다.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출산 및 육아 과정에서 많은 여성의 경력이 단절된 상황을 감안하면 시간제 근무로 고용률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괜찮은 일자리로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에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던 여성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시간제 근무는 단순한 노동시장 유연화 차원이 아니라 가사와 근로를 병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금 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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