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부정적으로 변한 건축 이미지
나는 건축학과 교수로서 요즘처럼 제자들을 보기가 민망한 때가 없다. 근래 한국건축계의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아 이들에게서 밝고 원대한 직업인으로서 미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 지난 얘기이지만 10여년 전에는 건축학과 지망생들의 성적이 공학계열에서 최고였다. 심지어 의과대학 수준을 추월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취업률은 고사하고 일부 학생들의 로망은 공무원이나 의학계전문대학원 진학이다. 꼬르뷔지에나 라이트처럼 위대한 건축가가 되는 꿈을 접고,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자 하는 것이 현실이다. 건축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 했는데 정말 사회상을 나타내는 계측기가 되고 있다.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건설산업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 같다. 대도시 아파트는 줄서서 사려했고 부의 척도였는데 이젠 팔리지 않아서 난리다. 경향각지에 있는 건설사들은 부도가 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근자에 회자되는 몇몇의 사건들은 건축인들의 자존을 더 상하게 한다. 건설산업의 일환인 4대강사업은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고 숭례문 복원과정에서는 자조적인 한탄도 들린다. 천천히 강의 의미를 탐색하며 주요한 강부터 하나씩 정성들여 가꾸어 갔다면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뿐만 아니라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연루돼 옥고를 치르기까지 하고 있다. 서로 짜고 하는 게임이라고 누구나 쉽게 말한다. 이는 전적으로 건축인들의 탓이다. 우리나라 건축재료로서 가장 많이 사용돼 왔던 소나무는 마르면 조금은 갈라지고 단청은 벗겨지기도 한다. 일본의 삼나무나 편백나무에 비하면 더욱 수직 균열이 많다. 그러나 온 국민이 눈뜨고 바라보고 있는데 왜 그리도 조급하고 대충했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 보란 듯이 천천히 우리 건축장인들의 멋진 솜씨를 만천하에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 참으로 아쉽다. 이 또한 건축인들의 잘못이다.
건설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정말 뼈아프게 자성하고 새로운 사고를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국내에서 새로운 시장이 나타나지 않으면 외국시장이나 통일 후 북한지역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외국건설시장도 우리의 인건비가 높아 경쟁력이 없다. 인구 비례 건축학생수는 우리나라가 제일 많다 한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건축학과 학생들이 진출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건축이 아름답지 않고 위대한 과업이 아니라면 어느 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걸고 건축학과로 진학하겠는가.
새로운 건축 장르 찾아내야
그러나 기회는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우선 건축인들의 수효를 줄여가야 한다. 또 새로운 건축적 장르를 찾아내야 한다. 초고층건축에 대한 한국기술자들의 역량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돼 있다. 에너지 제로건축도 새로운 분야이다. 친환경건축과 지속가능한 건축도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정보통신과 접목한 스마트빌딩, 생체지향적 건축도 미래가 밝다. 특히 근자에는 도시재생을 통한 도심활성화 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옥건축도 세계시장을 넘나들고 있다. 온돌을 쓰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추운 나라에서 온돌만큼 매력적인 난방방법은 없다.
사막에서 외화를 벌어들여 국가건설의 밑거름을 하였던 건설역군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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