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학교문화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촉발된 문제가 급기야 교사와 학부모와의 갈등을 뛰어넘어 학교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학교에서 이러한 갈등사례가 발생할 경우 학교단위 구성원 간에 적절한 대처와 문제해결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학교의 적절한 위기대응시스템이 부재한 가운데 섣부른 판단과 접근으로 오히려 사태가 악화되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곤 한다는 점이다.
학내 갈등 대처 시스템 미흡
물론 학교갈등 상황을 조정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라북도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가 바로 그것이다.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는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에서 학생생활지도 등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교원과 학부모간에 발생한 분쟁사안을 심의·조정·권고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위원회의 운영이 지극히 형식적이고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사들의 경우 설치 여부를 모르고 있거나, 학부모에 대한 홍보 역시 부실한 실정이다. 과연 올 한 해 동안 도내 각급 학교에서 발생한 다양한 갈등 상황이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 해결된 사례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또한 학교장은 학내 분쟁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안의 경중에 비춰 이를 공론화하고,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갖기 보다는 사건의 확대만을 우려해 조용히 해결되기만을 바라는 소극적인 조직 경영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자로서 학교장이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협상 능력을 발휘하는 등의 교육갈등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아쉽다는 것이다.
학교는 다양한 구성체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배움의 생태계이다. 때론 생태계의 질서가 파괴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먼저 스스로의 자정과 정화 노력이 선도되어야 한다. 물론 자정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한 외과적 처방을 통한 문제해결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외부의 힘에 의한 해결은 학교생태계에 존재하는 많은 구성원들에게 깊은 생채기만을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때론 조금 더디더라도 학교 스스로의 치유력과 복원력을 위해 서로 간에 인내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힘으로 해결하기보다 자정 노력 필요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갈등을 불필요하거나 불온시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건강한 갈등은 불합리나 비이성, 모순을 제거하거나 해소하면서 한 차원 더 인간적인 사회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갈등의 지속은 공동체의 분열과 구성원간의 불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학교구성원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상호 공동 연수나 교원들의 인권감수성 향상 연수가 지속되어야 하며, 교육청 단위에서는 교육갈등 중재 전문가의 양성도 필요하다. 학교단위의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며, 협상을 통한 원만한 문제해결이라는 프로세스 마련이 우리의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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