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7:35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일반기사

아직도 먼 '집으로 가는 길'

정부기관 잘못을 지적한 용기있는 영화 제작진에 유감없이 격려하고 싶어

▲ 최병효 前 LA총영사
작년 세모에 ‘집으로 가는 길’을 보았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에 등장하는 주프랑스대사관의 행태에 분노한다는 몇 분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신파조에 불과하다고 하였고, 다른 분은 대사가 국민 보호를 소홀히 하는 장면이 많아 크게 실망하였다고 하였다. 대사가 국가간의 사건도 아닌데 사건의 추이를 추적하고 있었을 같지는 않았기에 그 아래 영사의 잘못일 것으로 짐작하였다.

 

여성감독 방은진에 전도연 주연이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주부가 유혹에 빠져 남미에서 파리까지 마약을 운반했다가 공항에서 체포되고 카리브해 한 섬의 구치소에서 재판도 못 받고 2년간 수감되었던 얘기였다.

 

‘국가의 외면에 국민은 절망’이라는 구호하에 수백만이 관람하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사가 파리 구치소에서 수감자를 면회한 후에는 선진국이라 법대로 잘 처리될 것으로 믿고 잊어버린 사건으로 보였다. 주인공이 마르티니크섬의 구치소로 옮겨진 후, 통역을 구해주지 못한데서 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교민이 한 명 있었는데 이를 몰랐고, 한국에서 마약운반책이 체포되어 그녀는 마약인지 몰랐었다고 증언한 기록을 마르티니크 법원에 제출토록 우리 대사관에 보냈으나 담당이 서류를 분실함으로써 재판이 1년이나 지연되고 구치소 생활을 1년간 더 했다는 것이다.

 

서류처리 결과를 외교부를 통해 추적했으면 분실했더라도 다시 보낼 수 있었을 것이었다. 당사자들이 불친절한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대사관 책임과 함께,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된다는 점도 부각하였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대사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나, 피해자의 불필요한 고통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는 범죄자일지라도 인권에 더 관심을 가지고 공무원들의 책임을 더 엄격히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권은 국가가 그냥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적극적으로 투쟁하고 쟁취해야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 프랑스도 민주화 혁명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피와 반전을 겪었던가. 4.19, 5.18, 6.29를 겪었다고 지금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했다고 믿어도 좋을까? 지난 대선에 국가기관들의 개입과 그 수사 과정의 문제점, NLL을 둘러싼 남북정상회담록 공개사건 등이 그 답이 될 것이다. 그런 엄청난 일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그 힘없는 영사에 대한 만큼의 분노를 느끼고 있는가?

 

또 엄청난 양의 마약(1억불)을 운반하다 체포된 것인데 대사관의 잘못만 크게 부각시키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았을까? 즉 어려운 환경에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고 동정을 받을 수 있다고 오도될 우려이다. 판단력이 부족한 학생 등에게는 조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각종 비리나 엄청난 사건도 금방 잊어버리고 처벌도 매우 관대하지 않은가?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그 결과의 엄중함을 보여주고, 영사의 잘못은 별개의 문제로서 그 비중의 차를 잘 구별하여 더 좋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 입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니 이 정도라도 정부기관의 잘못을 지적하는 용기를 가진 제작진과 감독에게 질책이나 유감이 아닌 격려를 보내고 싶다. 우리에게 ‘집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기 때문이다.

 

△ 최병효 전 LA총영사는 외교부 본부 대사, 노르웨이 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우석대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