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 내용을 잘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상세하고 좋은 매뉴얼이 구비돼 있다 하더라도 담당자들이 모르거나 사용할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을 보면 3200여개 매뉴얼은 고사하고 가장 기본적인 조치 조차 실행되지 못했다. 선박 사고 대응을 위한 9가지 지침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구조 작업의 컨트롤타워는 해경에서 안전행정부로, 국무총리로 옮겨가면서 손발이 맞지 않았고 승선자 수 하나 정확히 파악치 못해 구조자와 실종자 명단이 수시로 오락가락했다. 경험이 풍부한 최고전문가를 책임자로 내세워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데도 우왕좌왕한 꼴이다.
또 세월호 측은 “승객들을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하라”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승객 구조를 제일 임무로 해야 할 선장과 선원들은 배를 먼저 탈출해 버렸다. 관련 매뉴얼에는 여객선들이 열흘마다 안전 훈련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역시 이행되지 않았다.
이것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간판을 바꿔 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라는 기구까지 만들어 ‘국민 안전’을 국정목표로 내건 박근혜 정부의 재난 대처 실상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재난의 종류를 25종으로 나누고 재난마다 주관 기관의 대응지침이 담긴 표준매뉴얼이 있다. 또 표준매뉴얼 아래 주관 기관을 지원하는 기관의 역할을 담은 ‘실무매뉴얼’도 200여개나 된다. 가장 아래 단계인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은 무려 3200여건으로, 자치단체와 지방청 등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매뉴얼만으로는 부족하다. 재난 피해를 줄이려면 매뉴얼 작동을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메뉴얼을 작동시킬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용되지 않는다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매뉴얼에 각 공무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등 구체성을 띨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실제 상황에서 재난 대처 매뉴얼이 실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훈련과 점검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각 자치단체는 재난 대응 매뉴얼을 구체화하고, 매뉴얼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평소 훈련과 점검을 정례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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