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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정치와 지방선거

▲ 위병기 서울본부 정치부장

세월호 여파로 국무총리가 날아가고,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이 경질되는 상황에서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임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역시 김기춘’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600여년전 조선 개국이래, 김기춘 실장은 역대 도승지중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힘이 있는 도승지로 회자되던 마당에 이번에 또다시 ‘세월호 파고’를 넘어서자 야당에서는 “김기춘 실장이 빠진 인사쇄신은 의미가 없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만큼 김기춘 비서실장은 국정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비서에게는 입이없다”는 말을 재확인시키듯 청와대 안팎에서 김기춘 실장이 말하는 것을 직접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전임 허태열 비서실장과 많은 대화를 했던 사람들조차 김기춘 실장과는 제대로 대화 한번 나눠보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만큼 김 실장은 자신이 드러남으로써 불필요하게 입줄에 오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지만, 야권은 힘이있는 그에게 항상 과녁을 겨누고 있다.

 

몇달전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국회의원을 만나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왕실장’이라는 말을 들으며 신임을 듬뿍 받았기에 질시또한 엄청 받았다.

 

박 의원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에게 밉보이면 어떻게 넘어갈 수가 있는데 측근에게 밉보이면 살아날 수가 없죠.”

 

박 의원이 한동안 옥고를 치르는 등 수모를 겪은 이유가 바로 정권을 끌어가고 있는 측근들 눈밖에 난 때문이라는 것으로 해석됐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활동했던 박지원 의원의 말이기에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측근에게 밉보이면 죽는다”

 

우리사회에서 측근의 파워가 어떤 것인가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그런데 측근정치는 비단 중앙무대에서만 통용되는게 아니고, 지방정치에서도 막강 위용을 과시한다는 점이다.

 

6·4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25일 한 임실군수 후보는 ‘비서실 청정 부서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임실군 비서실이 군수와 업자 간의 거간꾼 역할을 하며 인사개입은 물론 뇌물수수, 청탁 등 온갖 불법에 노출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철저한 검증을 통과한 공무원만이 비서실에 근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비서실의 전횡은 일개 군 단위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님은 삼척동자도 잘 아는 일이다.

 

그동안 전북도정이나 상당수 시군에서 비서실장을 비롯한 일부 측근들의 전횡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공직자들이나 업자들은 단체장 보다도 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들의 눈밖에 날까봐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았던게 전북의 현실이었다.

 

민선초기 일부 측근들의 발호는 호가호위(狐假虎威·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뜻) 형태로 드러났다.

 

하지만 요즘엔 단체장 비서나 측근들은 겸손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암약하는 영리한 사람들이 많다.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되는 전북의 현실을 반영하듯 벌써부터 측근들과의 줄대기가 한창이라고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전북도, 전주시를 비롯해 도내 전역에 걸쳐 거의 공통된 현상으로 보인다.

 

당선권에 있는 후보들 주위를 맴돌며 벌써부터 측근정치의 폐해를 양태하는 군상은 없는지 눈여겨 봐야 할 때다.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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