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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관·무차관' 서럽지도 않나

   
▲ 위병기 서울본부 정치부장
 

마피아의 세계에서도 애국심이 있나보다. 월드컵 본선에서 브라질 네이마르가 콜롬비아 수니가의 반칙으로 부상을 입고 준결승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브라질 마피아들이 “수니가를 없애겠다”며 겁을 주자, 콜롬비아 마피아들은 “만일 그렇게 하면, 브라질 선수 모두 죽을 줄 알라”고 경고했다.

 

비뚤어진 애국심이지만,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서 오늘의 전북은 어떤 모습인가를 생각한다.

 

‘전북 무장관 무차관’

 

지역 출신 장관은커녕, 차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분을 토해내며 문제를 제기하는 전북의 대변자를 찾기 어렵다. 오랜 세월 부당한 대우에 길들여진 전북은 이제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마피아 같은 기개(?)를 펼쳐 보이는 이도 없다.

 

15일 청와대 인사에 의해 안전행정부 제 2차관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물러나면서 전북은 무장관 무차관 사태를 맞았다.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오던 이경옥 차관마저 물러나면서 전북은 무려 20여 년 만에 무장관 무차관 시대를 맞고 있다는 한숨 소리가 들린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래 지난달 말까지 장차관급 116명을 분석한 결과, 전북 출신 장차관급은 단 4명(3.4%)에 그쳤기에 장관 하나, 차관 하나 있고 없고가 큰 의미가 없지만, 오늘날 전북이 중앙무대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김영삼 정권 때인 1994년 10월부터 1995년 4월까지, 이명박 정권때인 2010년 7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일시적으로 무장관일때가 있었으나 지금처럼 무차관까지는 아니었다.

 

재경전북도민회 송현섭 회장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흔히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무장관 무차관 사태를 보면서 현 정권은 전북에 대해 홀대를 넘어 가혹한 탄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전북은 정권의 시각에서 볼 때 투자 가치가 없다. 도민 수가 200만도 안되는데다 투표 성향조차 전남광주권의 2중대에 불과한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북이 무시당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도민들이 부당한 대우에 침묵하는 관성이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역 출신 11명의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직함이라고 해봐야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에 불과하다.

 

힘이 없을수록 단단히 뭉치기라도 해야 하는데, 지역의 맹주는 없고 중앙당 유력 인사들의 계파에 휩쓸리면서 이들이 지역 이익을 위해 자리를 내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도지사나 시장, 군수, 지방의원 선거때는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맹렬히 투쟁하지만, 정작 지역을 위한 일에서는 다 하나가 돼 싸우지 못하고 있다. 도민이 똘똘 뭉치고, 지역 정치권이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할때 현 정권도 전북 출신 인사를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야당에 양보해야만 정치가 복원된다”고 했다.

 

비단 야당뿐 아니라 지역이나 학벌, 재산 측면의 마이너를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언젠가 김 대표와 장시간 대화를 하면서 전북인들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다. 원조친박에서 이젠 비주류의 대표격이 돼 버린 그가 할 첫번째 일은 인사 불균형 타개를 위해 쓴소리를 내는 것이다.

 

특정 지역 출신의 경우 장관 하나, 차관 하나도 없는 상황은 대한민국이 세계 일류국가로 가는데 큰 장애다. 감독과의 친소에 따라 선수가 발탁되면서 결국 국제망신을 떨었던 브라질 월드컵의 교훈을 다시 새겨야 할 때다.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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