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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사회와 앵그리 맘의 분노

▲ 조경욱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시대가 변하면서 어머니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엄마의 모습은 정작 엄마 자신은 없고 ‘희생’적이면서 강인한 모습을 나타내는 알파맘, 캥거루맘, 헬리곱터맘, 타이거맘 등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와 최근 ‘윤일병 폭행사망 사건’ 등 후진국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사고가 올 들어 연이어 터지면서‘앵그리맘(Angry Mom)’들의 행동이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능 정부·부실 사회에 화난 엄마들

 

‘앵그리맘’들은 세월호 참사이후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개최된 침묵시위, 촛불시위에 유모차까지 끌고나와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엄마의 노란손수건’에는 8900명의 회원이 가입하였다고 한다. 또한‘분당맘’, ‘판교맘’의 이름을 단‘앵그리맘’들이 국회 앞에 모여 세월호 유족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특별법 제정을 규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영거부 서명운동’까지 벌이면서 분노행동을 표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엄마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예컨대 군대 등 특정사회가 일반사회의 개입에 영향을 받는다든가, 20대 청년의 삶에 엄마의 삶이 개입돼 경제적·심리적인 독립성 확보를 지연시킬 우려가 크다고 걱정어린(?)을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자식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엄마들이 절감하면서 ‘생명정치’를 엄마들이 국가로부터 회수하고 있고 이는 국민과 정부사이에 정치가 단절된, 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엄마들의 표심이 정치를 응징하는 태풍의 눈처럼 작용할 것이라며 이들을 섬기는 정책과 전략이 선거승리를 담보할 것이라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정치권과 정부의 앵그리맘을 대하는 태도가 돌변한데는 6·4지방선거의 핵심변수로 주목 받았던 40대의 표심이 13명의 진보교육감으로 그친데 대한 반작용일까?

 

앵그리맘의 분노로 표출되는 일련의 행위가 우리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혼란시키는 일탈적 행위라고 보는 정치권과 일부 보수언론과는 달리 학자들은 앵그리맘의 현상이 사회개혁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앵그리맘의 출현은 단지 최근의 사건에 의해 촉발된 것은 아니며 기존 사회의 불신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해병대캠프 학생사망,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등을 통해 생때같은 우리의 아들, 딸이 안전불감증인 사회에 의해 희생되었지만 이러한 불행한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무기력하고 무책임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원책도 제시하지 못한데 대한 누적된 분노의 표출이라 볼 수 있다. 그동안 엄마들은‘내 새끼는 내가 지키면 된다’는 인식이 강했고 이것은 가족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가족이기주의로 귀결되어 왔다.

 

사회 개혁·안전 보장 시스템 마련을

 

하지만 ‘앵그리맘’들은 세월호 참사와 군 폭력사건을 겪으면서 우리의 새끼들은 ‘나혼자’ 지킨다고 되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앵그리맘 분노의 대상은 단지 자기 아이의 안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무능한 정부, 사회적 부실, 책임감 없는 정치인에 대한 분노이다. 이제 앵그리맘은 자기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현재 상황을 변화시켜 나갈 주된 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엄마를 분노케 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가족의 안전과 생명이 위험하다고 느낄 때이다. 엄마들에게 이념이고 정치고 간에 자식 목숨보다 더 우위에 있는 가치는 없다. 자식을 위해서는 자기의 몸을 기꺼이 내 놓는 앵그리맘의 분노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안전보장을 위한 국가시스템의 개조와 사회개혁을 위한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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