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따지는 과정에서 국정홍보처의 한 공직자가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말한 것이 그 시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영혼이라도 팔아 목구멍에 풀칠을 해야 하는 공직자의 고달픔이 담겨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론 애달프다.
최근 익산시청 안팎에 ‘영혼없는 공무원’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잦은 말 바꾸기 등 일부 공무원들의 어정쩡한 갈지자 행보 탓으로 여겨진다. 몇 명의 영혼없는 공무원으로 인해 굳은 소신을 갖고 일해 온 다수의 영혼 있는 공무원들이 도매금으로 넘겨져 매도 당하는 것 같아 그저 안타깝다.
익산시가 지난 6일 한 가지 양심고백(?)을 했다.
지난 2013년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비밀로 신흥정수장의 수돗물 원수에서 100㎖당 평균 403개, 최대 920개의 대장균이 한때 발견된 적이 있었다는 실토다. 반면 광역상수원은 최대 150개, 평균 42개 발견에 그쳐 광역상수도 전환이 시급하다고 덧붙여 역설했다.
시민들은 그야말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어떤 자치단체의 수돗물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이라던 익산시 수돗물이 저질의 불량 원수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 불안감과 분노가 얼마나 컸겠는가.
비록 과거의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양심고백이라 할 지라도 울화통이 치밀어 왔다.
하지만 분노의 마음도 잠시, 익산시의 양심고백에 낚여 우롱당한 것 같아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현행 수돗물 음용기준에 따르면 대장균 500 이하는 일반적으로 좋은 등급, 1000 이하는 약간 좋은 등급으로 정수처리 후 얼마든지 생활용수로 가능하다. 다시말해, 고도의 정화과정을 거치면서 원수의 대장균은 모두 소멸되기 때문에 식수사용에 전혀 하자가 없다는 얘기인데 익산시는 마치 저질의 불량 수돗물을 지금 시민들이 먹고 있는냥 스스로 털어놨다.
또한, 신흥정수장에 대해서는 원수 그 자체를, 반면 광역상수원은 현재 먹는물 관리 기준에 따라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는 용담댐 물을 검사해 놓고도 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현격한 대장균 검출 차이만을 유독 강조했다.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꼼수가 느껴진다. 물론 대장균이 없는 보다 깨끗한 원수 사용을 통해 수돗물이 생산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나름 상수원 전문직 베터랑인 관계부서 공무원들이 현행 수돗물 음용기준 등을 정녕 몰랐을까.
몰랐을 리가 없을것으로 추측된다.
그럼 왜 시민들의 비난까지 감수하며 이런 자발적 까발리기에 나섰을까.
광역상수원 전환을 위한 시민 현혹 등 불순한 의도가 의심된다.
익산시의 어쭙잖은 양심고백은 처음이 아니다. 결코 위험수준이 아니다는 지난 5기의 부채규모가 민선 6기가 출범하자 마자 2배로 껑충 뛰어 심각한 재정위기상황으로 돌변했다. 순간의 상황에 따라 말을 자주 바꾸는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행태다. 이러니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비아냥이 나오지 않겠는가. 영혼없는 공무원이란 말보다 더 어울릴만한 수식어는 없는것 같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며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공무원 선서다.
결코, ‘예스맨’이 되라는 당부는 그 어디에도 없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옮고 그름을 가리며 만일 원칙에 어긋난다면 ‘노’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는 소신과 영혼을 가진 진짜 참 공무원이 돼라. 스쳐 지나가는 권력에 너무 휘둘리지 말기를 다시한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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