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빈곤의 벼랑으로 내몰려 죽음을 눈앞에 둔 그 처연함이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한 일이었다.
가족 대신 친밀성 유지 가능한 문화를
가난했고 혼자 살았으며 생의 마지막은 자살로 마감한 이 노인의 죽음은 한국사회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장례를 치를 피붙이가 아무도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장례비 등을 감당할 수 없어 주검인수를 거부당하는 무연고 주검이 지난해에는 922명에 이른다는 보건복지부의 통계보고가 있다. 무연고 죽음은 1인가구의 증가로 인한 가족구조의 변화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무연고 주검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995년 이후 15년 동안 1인 가구 수는 2.5배 증가하였고, 이 같은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50·60대와 70대 이상 노인 1인가구로 이혼이나, 사별, 수명연장 등에 기인하고 있다.
핵가족에 이은 1인 가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가족해체가 진행된 북유럽국가 중 한곳인 스웨덴의 경우는 2010년에 이미 1인 가구의 비중이 48.6%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기준, 1인가구의 비중은 인구기준으로는 11.1%, 가구기준으로는 24.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여타의 OECD 국가보다는 낮지만 불과 20년 만에 약 3배가 증가하는 등 빠른 속도가 문제인 셈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고령화로 인한 노인 1인 가구의 증가와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사회안전망은 매우 취약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와 인식 전환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도와 정책은 혈연과 관련된 핵가족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면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가 될 수 있으나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이들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85% 이상일 경우 수급권자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지만 부양의무가 있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빈곤과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족이 복지의 중요한 공급자로서 기능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관계나 부양의식이 약화된 작금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한 셈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할 것을 우려해 가족관계를 의도적으로 단절시키는 사례도 생기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외국과 같이 수급자 본인의 소득상황만을 고려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할 필요가 있다.
'관계의 복지' 형성 필요
또한 무연고와 같은 1인 가구의 취약한 관계망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같은 유대 및 친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조성이 필요하다. 가족을 대신해 친밀성과 이해에 기초한 밀도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관계의 복지(Relation Walfare)’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러한 관계의 복지는 다양한 형태의 주민자발적 조직으로 하여금 공동체복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함으로서 사회적 관계와 인연을 회복하는 일이다. 주민자치위원회, 지역사회복지 단체, 마을단위의 공익단체, 아파트부녀회 등이 함께 협력해 독거노인들을 돌볼 수 있는 안전돌보미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유사 시 긴급구조를 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가동할 수 있는 협력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기존의 사회서비스는 개인이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핍과 부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관계의 복지는 지역사회 관계망을 엮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동체’의 복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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