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만족도 높은 다양한 지원시책도 결혼이주여성들의 향수병까지 치유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향수병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인간으로서 고향 두고 온 그리운 부모·형제를 향한 애틋함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나보면 7~8년씩 고향에 가지 못한 이들이 많다. 심지어 한국으로 시집 온 후 10년이 넘도록 한 번도 고향에 가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넉넉지 못한 형편에 ‘고향에 가고 싶다’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살고 있었다. 몇 년씩 고향에도 가지 못하다 보니 부모 형제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조금씩은 향수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향수병이 쌓이고 쌓여 우울함과 불안감으로 나타나면서 가정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결국은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데 있다.
향수병은 배 멀미와 같다. 한번 배 멀미를 하게 되면 어떤 약도 필요 없다. 두발을 땅에 내딛어야만 해결된다. 향수병도 마찬가지이다. 고향에 두고 온 그리운 부모·형제를 만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전라북도는 올해 새로운 사업으로 매년 ‘다문화가족 고향나들이 지원사업’을 펼친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장기간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 결혼이민자들을 선정하여 모국 방문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이다. 대상자 선정은 최근 2년 이내 모국을 방문한 경험이 없는 가정을 대상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가정형편과 모국방문 횟수, 거주 기간, 자녀 숫자와 시부모 봉양 여부 등을 고려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상자를 엄선할 방침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고향에 대한 향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다소나마 해소시켜주는 상징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북도는 을미년 새해 사자성어로 ‘휴수동행(携手同行)’을 선택했다. 시경(詩經)의 북풍(北風)편에 나오는 말로 북풍이 차갑게 불어대는 허허 벌판에서도, 비와 바람이 휘몰아치는 쓸쓸한 벌판에서도, ‘우리 서로 손잡고 함께 가자’는 의미다. 새로운 희망과 꿈을 안고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들. 인종적·문화적으로는 좀 다르지만 우리 사회에서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휴수동행’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보자. 내일 아침 소중한 가족, 행복한 이웃을 한 명 더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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