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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없는 시민단체, 존재 가치 없다

▲ 엄철호 익산본부장
엊그제 광주지역 일부 언론에 눈길 끄는 기사가 실렸다.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윤장현 광주시장을 향해 작심하듯 쓴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보도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그간 여러 차례 인사 문제를 제기했지만 윤 시장의 안하무인은 계속되자 급기야 성명서 발표를 통해 강한 질타에 나섰다는게 보도의 주요 내용이다.

 

성명서는 “인사 농단은 공적 인사시스템 붕괴와 윤 시장 리더십 불신을 초래하고, 행정의 주체적 동력을 상실케 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되돌아간다”면서 “지금이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언론은 시민사회단체 출신인 윤 시장의 실정(失政)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그동안 침묵 모드를 유지해 온 시민단체가 그에게 바짝 날을 세운 것은 앞으로는 적극적 행보에 나설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향후 행보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또한 시민단체들이 이처럼 윤 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는 분석도 함께 곁들였다. 아울러 언론은 이번 보도를 통해 사실 윤 시장의 든든한 후원군이었던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윤 시장의 시정에 대한 이해 부족과 크고 작은 실수에도 애써 말을 아껴왔다고 살짝 비꼬았다. 여기엔 윤 시장이 시민사회단체 출신으로서 시간이 지나면 ‘잘 하리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였는데 윤 시장이 시정에 대한 아마추어리즘을 버리지 못하고, 비판 여론에 대해 귀를 닫는 독선적인 모습마저 보여 이젠 그 기대를 접은 것 같다고 부연설명 했다. 특히 시민단체 관계자의 멘트는 보도의 백미였다.

 

“윤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인사 농단 등 온갖 실정에도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고 힐난했다. 익산시와 관련된 얘기가 아니어서 퍽 다행이다. 그렇지만 기사를 읽고 난 후 왠지 모를 씁쓸한 헛웃음이 입가에 절로 번져 나온다.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단체장이 어떻게 시정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원활한 정책집행에 제대로 나설 수나 있을까 등등 오지랖 넘게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 탓일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좀처럼 가시지 않는 씁쓸한 헛웃음의 의미를 영 모르겠다. 그러나 이 것 한가지 느낌 만큼은 분명히 다가온다.

 

절대 왕정의 군주처럼 막강한 무소불위 힘을 갖고 현존의 시장을 향해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오직 시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거침없는 지적과 질타를 쏟아낼줄 아는 광주 시민단체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이다.

 

그때 그때 올곧은 회초리 들기를 마다하지 않는 시민단체를 통해 시민적 자존감을 지켜내고 있는 광주 시민들이 더없이 당당해 보였다. 시민이 없는 시민단체, 지역사회 안정과 평온에는 관심조차 없는 시민단체는 존재할 가치조차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뇌리를 스쳐 간다. 사실 익산에도 많은 시민단체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이름 석 자 알려진 웬만한 인사라면 시민단체 대표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그들은 시민을 위해 한 톨의 밀알이 되겠다는 굳은 신념 밝히기를 거리낌 없이 내세운다. 정의로운 지역사회 구현을 위한 권력의 감시자 되기도 늘 부르짖는 다짐이다. 그런데도 익산의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무한 신뢰가 도통 보내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기대와 희망이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크듯 시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확 트이게 해 줄 지역사회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기대를 너무 크게 걸었던 탓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 많은 익산의 시민단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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