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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위한 서곡

가시밭 인생길 함께한 아내 병마로 쓰러져 5년째 투병 / 자책감에 늘 미안하고 감사

▲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저는 암에 걸려 행복해요. 암 때문에 가족의 사랑을 찾았으니까요!”

 

폐암 수술을 받고 몇 달이 지난 아내가 요양지에서 산책 도중 문득 쏟아낸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내에게 가슴이 미어지는 미안함을 느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아내를 힘들고, 외롭게 했으면 암에 걸려 행복하다는 말을 할까? 라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지난 2010년 8월, 건강하게만 보였던 아내가 갑자기 쓰러졌다. 놀란 마음으로 병원에 달려갔는데 뜻밖에도 폐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아내와 나는 이 엄청난 현실 앞에서 ‘왜 우리에게 이런 엄청난 불행이 닥쳤을까?’라는 절망감에 하늘을 원망했다.

 

그러나 절망과 원망만 하고 있기에는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 너무 절박했다. 우선 환자인 아내가 병마와 싸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병은 약의 처방이나 의사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 본인이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정신력과 의지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아내가 폐암에서 완치되었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평생을 걸어온 정치활동을 중단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우리 부부에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셨고, 무엇보다도 아내의 수술을 담당하신 의료진의 세심하고 따뜻한 정성으로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암이란 것이 수술만으로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나는 폐암수술을 마친 아내를 부축하여 공기 맑은 곳을 찾아 항암치료를 위한 요양생활을 시작했다.

 

그 요양생활은 아내와 나에게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 절망과 희망, 그야말로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시간이었다.

 

어느 날 아내는 제주도 바닷가 편백나무 아래서 “하나님 살려 주세요. 편백나무야! 나를 살려다오.” 라며 절규했다.

 

또한 밤마다 심한 기침으로 인한 고통을 못 이겨 “나는 이제 가망이 없는 것 같아요.”라며 힘없이 돌아눕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 볼 때는 형언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아내가 언제부터인지 “한 발자국이라도 더 걸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4~5㎞씩을 걷는 모습을 볼 때는 ‘아내는 꼭 이겨낼 것’이라는 희망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던 때도 있었다.

 

아내의 병은 정치인의 내조자로서 모진 비바람을 맞으며 가시밭길 같았던 인생길을 함께 걸으며 겪었던 고통이 폐암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아내를 폐암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내가 폐암 수술을 받은 지 언 5년이 다가온다. 그동안 내게는 별명이 하나 생겼다. 내가 아내를 극진하게 병간호를 해 주었다고 주위 사람들이 ‘수간호사’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했던 지난 언 5년의 세월이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내는 지난 시절, 나에게 느꼈던 섭섭한 마음을 지난 5년 동안 이미 모두 용서한 것 같다.

 

아직 아내의 병이 완치된 것은 아니다. 요즘도 병원을 찾아 항암치료를 받는다. 아내의 건강을 함께 걱정해 주셨던 많은 분과 특히 의료진 여러분께 고향의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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