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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소통] 전북대병원 군산분원 부지 논란

"생태계 파괴·예산낭비" vs "대안없는 발목 잡기" 대립 / 시민단체, 부지선정 과정 의혹 제기…감사원에 감사청구

▲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전북대병원 군산분원 부지 선정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멸종위기종 서식 습지 생태계 파괴와 260억 예산 낭비다.”

 

“아니다. 대안 없는 환경단체의 군산 전북대병원 유치 발목잡기다.”

 

전북대병원 군산분원 건립을 놓고 환경단체와 군산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감사원에 군산 전북대병원 부지 선정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시민 465명 이름의 감사청구서가 접수됐다. 감사청구에 서명한 사람들 중에는 전북대 교수와 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피감기관은 전북대병원과 군산시다.

 

군산생태환경시민연대회의 남대진 운영위원장은 “전북대병원이 군산에 오는 것을 환영하지만, 백석제에 오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석제는 국가가 보호하는 멸종위기종이 6종이나 있고, 고려시대부터 존재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습지라고 강조했다.

 

△ ‘백석제’ 부지 놓고 갈등

 

군산시는 병원 부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행정절차를 원점에서 시작하게 되어 사업추진이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가 반대해서 병원 건립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정당한 문제제기와 합리적인 대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마치 병원 유치를 반대하는 것처럼 왜곡시켜 찬반 갈등을 부추 있습니다.” 유재임 군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군산시의 여론몰이가 과거 10년 전 극렬했던 핵폐기장 유치 찬반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은 군산시 옥산면 당북리의 백석제 습지에 지상8층, 지하3층 규모의 군산분원을 계획하고 있다. 군산시는 전북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병원 신축이 가능하도록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주고 시비 260억원을 들여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설치해주는 것으로 업무지원 협약을 맺었다. 의료권 확대를 명분으로 한 전폭적인 지원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병원 예정 부지(백석제)를 옮기려면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비 반납과 사업 취소를 우려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재조사는 수요 예측치가 30% 이상 줄었을 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이 군산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해당사항이 아니라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전북대병원 부지변경이 꼭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병원 건립절차 중단 왜?

▲ 군산시 새마을회와 이·통장연합회 등 20개 단체로 구성된 ‘군산 전북대병원 건립 추진위원회’는 지난 9일 군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사업예정 부지에 병원을 건립할 것을 촉구했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병원 건립 절차가 중단됐다는 주장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해 사업 추진이 멈춰있는 것이다. 독미나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핀란드, 헝가리에서도 보호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강원도 지역의 독미나리 자생지의 서식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백석제의 독미나리 서식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그런데 군산시와 전북대병원은 독미나리 서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예비타당성조사에 이런 사실을 누락시켰다. 독미나리 외에도 다른 멸종위기종이 5종이나 더 있다. 새만금지방환경청은 2013년 12월 전북대와 군산시에 1년 동안 정밀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새만금지방환경청은 논란이 크고 꼼꼼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인데다 감사청구가 접수된 만큼 감사 결과를 보고나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대상으로 결정이 되면 6개월 정도 사업 추진이 어려워 보인다.

 

△ 병원 부지 선정, 짜맞추기 의혹

환경단체가 정보공개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애초 군산시는 9개 부지를 후보지로 물색했다. 이중 6곳은 생산녹지여서 병원으로의 용도변경이 어렵다. 두 곳은 병원 유치에 호감을 보였으나 주민설명회를 했다는 기록이 없다. 시는 한 달 뒤에 다시 4곳의 후보지를 검토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백석제를 제외하고는 생산녹지이거나 준공업지역이다.

 

감사 청구를 주도한 김재병 전북환경운동연합 생태디자인센터 소장은 “3곳의 후보지는 도시계획시설 변경이 어렵고 땅값이 비싼데다가 악취가 문제가 있는 곳이다. 예정 부지로서 기본적인 조건이 안된다”며 부지 결정 과정이 결국 백석제로 정하기 위한 짜맞추기라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1년 전북대병원이 계획한 병원 부지는 약 6만6000㎡다. 그런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지로 선정된 후 갑자기 부지가 9만9000㎡로 늘어났다. 백석제가 선정된 주요한 이유도 면적 때문이다.

 

“전북대병원 본원이 약 13만2000㎡에 10개동인데, 장례식장 포함해서 3개동인 군산분원 부지가 9만9000㎡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전북대가 부지를 과다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김재병 소장의 설명이다. 최근 건립된 500병상 규모의 병상 당 부지면적은 평균 148.41㎡인데, 군산 전북대병원의 부지면적은 197.7㎡로 33% 가량이 높다는 것이다. 전북대병원 추진단은 ‘나중에 병원을 증축하는데 필요하다’고 이유를 댔다. 김 소장은 향후 병원 확장을 이유로 사업 규모를 부풀리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외진 곳에 있는 백석제를 부지로 선정하다보니 군산시는 병원 진입로와 상하수도 시설 등 기반시설비로 260억원을 써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문동신 군산시장은 이런 내용을 시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부지가 노출되면 땅값이 오를 것 같아 기밀 유지를 위해 그랬다고 한다.

▲ 한은주 전북환경운동연합 팀장

군산시의회 서동완 의원은 “군산시민의 세금이 260억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을 시의회에 보고도, 의견청취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무엇일까? 김 소장은 의외로 간단한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전북대병원이 규모를 줄여서 군산시에 다른 부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애초 6만6000㎡ 규모로 계획할 때 군산시나 토지공사 소유의 적합한 땅을 검토한 바 있다는 것이다. 기반시설이 갖추어진 곳이어서 불필요한 예산 낭비도 막을 수 있다.

 

 

● [군산 백석제는] 독미나리 서식…생태계 보고, 문화재로서 역사적 가치 충분

 

전북대병원 군산분원 건립 예정지인 ‘백석제’는 멸종위기종 독미나리를 포함해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일례로 조류가 총 67종이 발견되었는데 이 중 멸종위기종이 4종, 천연기념물이 3종이다. 국제적인 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인 고창 운곡습지에 조류가 51종 발견되었고, 멸종위기종이 3종인 것과 비교하면 생물서식지로서 매우 가치 있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백석제는 문화재적 가치도 뛰어나다.

사료에 남은 백석제의 기록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강역사문화연구소 이우형 소장의 조사에 의하면, 고려말 대학자이며 절의충신인 야은 길재(冶隱 吉再, 1353~1409)의 문집 ‘冶隱先生續集 卷上 五’에 고려말 충신인 고용현의 일대기 ‘高文英公實行錄’이 실려 있는데, 여기에 백석제의 전신인 ‘료화제(蓼花堤)’가 명확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용현(高用賢, 1302~1368)은 백석제와 바로 인접한 군산시 향토유적(제5호)인 염의서원에서 배향하는 학자다.

 

그 내용을 번역하여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고용현을) 이태조가 극력하게 신왕조에 불러들였으나(영의정의 제안이 있었으나 고려신하로서 절개를 지키며 응하지 않고) 고향인 옥산(현재 군산 옥구)의 동쪽에 관직에서 물러나 거주하니 료화제 위의 한림동이다. 이는 공(고용현)의 9세조 이하가 세거하고 있는 터이다.’

 

또한, 료화제가 현재의 백석제임을 증명하는 문헌으로는 1933년 제작한 ‘염의서원지’가 있다. 여기에 보면, ‘한림동(지금의 당북리)은 옥구군청에서 동북으로 2리쯤인 발리산(옥구군의 진산이다) 아래와 백석제(또 다른 명칭은 ‘료화제’)의 위에 위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군산시민생태환경회의 김형균 사무국장은 “전라북도청과 문화재청은 군산 백석제에 대한 문화재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즉각 국가지정문화재 등록을 해야 하며, 백석제, 발리산, 염의서원, 옥구향교, 옥구읍성 등 백석제와 주변 권역을 군산의 대표적인 생태·역사문화지구로 조성·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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