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분열된 집안은 생존할 수 없다

▲ 위병기 서울본부 정치부장

이완구 총리의 낙마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하다.

 

한 개인의 추락을 떠나 표류하는 국정을 보면 안타깝고, 지도자 반열에 있는 사람들의 처신을 보면서 분개하고 있다. 최근 일년동안 200차례가 넘게 통화를 했음에도 “나는 그 사람 잘 모른다”고 하는 태도에 측은함마저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총리를 배출하고 가슴 뿌듯해 하던 충청권에서 받았을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

 

세종시 문제로 지역 이익이 침해받을 위기에 처하자 분연히 도지사직을 버리는 것에서 지도자의 참 자세를 발견했던 지역민들이 받은 충격은 일반 국민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총리 낙마의 도화선이 된 것은 바로 ‘성완종 리스트’다.

 

같은 고향 출신 정치인과 기업인 간에 어떤 이유에 의해서 심각한 갈등이 생겨나고 그게 외부에 표출된 것이 소위 리스트다. 리스트에 오를만한 일을 하지 않았어야 하지만, 동향인들끼리의 추악한 다툼끝에 몰락했다는 점에서 충청인들의 한숨 소리가 한편 이해도 된다. 고향 사람들끼리 문제가 돼 평생 일궈왔던 공든 탑이 무너진 경우는 수없이 많다.

 

5공 정권이 한창이던 1984년에 발생한 ‘정래혁 사건’이 대표적이다.

 

민정당 정래혁 대표가 부정축재를 했다는 투서가 4성 장군 출신이자 동향인 문형태에 의해 이뤄지면서 결국 둘다 절벽에서 추락한 사건이다.

 

그러면 전북의 경우는 어떠한가.

 

다른 지역보다 더하면 더했지 지역 출신끼리 손잡지 못한 채 견제하다 상처 투성이가 된 경우가 많았다. 당 대표, 장관, 대통령 후보를 지냈던 정세균, 정동영 두 정치지도자는 한창 잘 나갈때 큰 틀에서 서로 손잡지 못했다. 오늘날 당사자들은 말할것도 없고 전북이 중앙정치권의 변방으로 밀려난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있다.

 

전북 정치권은 맹주가 없이 다른 지역 유력 정치인에 의해 사분오열돼 있고, 당 대표는 커녕, 최고위원 경선에도 출마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치열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쉽게 당선된 일부 의원들은 전북의 위상을 높이기는 커녕, 낯뜨거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22일 서울시청앞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지역의료격차 해소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서 발생한 에피소드는 오늘날 도내 국회의원들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

 

행사에 늦게 참석한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고창부안)은 자신이 재선인 신성범 의원(산청함양거창) 보다도 늦게 축사 순서가 주어진데 불만을 품고,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에게 어필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나이 어린 여성 사회자에게 “나 그냥 국회의원 아닌 위원장이다, 제대로 소개 좀 하라”며 화를 내는가 하면, 축사에서도 “오늘 안 올 자리를 온것같다”며 불쾌함을 표시한 뒤 다른 약속을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행사에 참석한 세계보건기구 관계자, 일본이나 호주의 교수, 서울대 교수 등이 전북 출신 국회의원의 설익은 태도에 혀를 끌끌차는 것을 보면서 동향 출신 언론인으로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얼마전 있었던 일이지만, 청와대에 근무하는 도내 행정관들이 타 지역 출신 기관장이 마련한 자리에 참석시켜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모습에 측은한 생각마저 들었다.

 

추락할대로 추락한 전북의 위상을 곧추 세우려면 지금이라도 지역 출신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

 

링컨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분열된 집안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위병기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