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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공감] 젊은 토박이가 만드는 쌀 이야기

떡 위에 수놓은 맛있는 꽃…"고향의 맛으로 전통 잇고파"

▲ 이영선씨가 수강생들에게 떡 케이크 제작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장의 농산물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젊은 부부가 있다. 남편은 쌀농사를 짓고, 부인과 그 자매들은 쌀을 이용한 ‘앙금플라워 케이크’로 지역 농산물의 새로운 판로를 만들고 있다. 농사를 기피하고 도시로 나아가는 게 당연한 요즘, 김제에서 둥지를 틀고 고집스러움과 예술성을 겸비한 ‘제비공방’을 만나보자.

 

△남편은 농사, 아내는 떡으로 예술

 

김제시 신풍동의 한적한 동두사거리를 살짝 돌면 ‘내 속내까지 다 보여주마’ 하는 듯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고 간판 하나 없는 떡집 제비공방이 있다.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방앗간지기 이영선 씨(33)와 그를 닮은 두 젊은 처자 이영조 씨(27), 이영경 씨(25)가 떡 케이크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운영하던 카센터를 리모델링한 공방에서 세 자매가 앙금으로 만든 꽃을 올린 떡케이크를 제작하는데 한창이었다.

 

이영선 씨는 “상업적 목적으로 만든 공간이 아닌 개인 작업공간으로 출발했는데 점차 주문과 앙금 플라워 강습요청이 밀려왔다”며 “제비공방이라는 이름은 사람과 같은 처마 아래서 함께 사는 새를 따라 지었다”며 “흥부전에서처럼 착한 사람에게 복의 씨앗을 나누어 주는 제비처럼 떡으로, 떡을 가르치는 활동으로 사람들에게 복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제비공방에서 떡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이곳이 더 이상 제 개인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통을 현대적인 방법과 감각으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지켜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쌀 사랑의 바탕은 애향심

 

이 씨는 7녀1남의 8남매 가운데 셋째 딸이다. 제비공방에서 가장 많이 쓰고, 가장 중요한 재료인 쌀은 그의 남편 최낙경 씨(34)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10년 전에 결혼해 10살과 8살된 아들을 뒀다.

 

이 부부는 김제에서 나는 신동진 쌀을 고집하고, 떡케이크도 택배가 아닌 최상의 맛이 나는 상태로 방문을 통해서만 내어준다.

 

“신동진 품종의 쌀은 나락이 잘 쓰러져서 농사짓기도 까다롭고 다른 쌀보다 비싼데 제가 고집합니다. 자부심 강한 농부 남편 덕분에 좋은 재료를 항상 공수받을 수 있어 든든합니다.”

 

쌀에 대한 애착 만큼 애향심도 강했다.

 

이영선 씨는 “김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곳간인 만큼 당연히 이곳에서 난 재료로 떡을 만들어야 한다”며 “김제는 정겨워서 떠나기 싫은 곳이다”고 말했다.

 

그는 “저 앞에 있는 나무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심었는데 늘 보이기 때문에 한밤중에 작업할 때도 무섭지도 않다”며 “전주 한옥마을 쪽으로 입점하라는 권유도 있었고, 서울의 최신식 떡 카페 등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모두 거절하고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떡에 미친것 같아요”

▲ 김제에서 떡집‘제비공방’을 운영하는 이영선씨가 인터뷰를 마친 뒤 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더하며 김제쌀을 사수하고 있는 이영선 씨는 떡보다는 꽃을 먼저 배웠다. 22살 때 버터크림으로 꽃을 만드는 법을 배운 것이 기초가 돼 앙금이라는 재료를 쓰면서 다양하고 풍성한 장식을 하게 됐다. 그가 만든 앙금플라워 떡케이크는 앙금에 녹차, 클로렐라, 블루베리 등 천연색소를 넣어 색을 입히고 다양한 꽃을 만들어 백설기에 장식한 케이크다.

 

그는 “스승의 말씀이 큰 지지와 격려가 됐다”고 들려주었다. 이어 그는 “각종 브랜드의 빵집이 세 집 건너 하나씩 있는 요즘 꼭 떡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잘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며 “감각이 있고, 태어나고 자란 곳이 쌀이 나는 김제이기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배시시 웃는다.

 

하얀 백설기 위에 “마음 가는대로 꽃을 만들고, 놓는다”는 그는 “떡이 어려운 것 같지만, 해보면 쉽고 재밌다. 만드는 사람들이 제대로 연구하고, 내 아이에게도 먹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전통과 현대 잇는 떡 전도사 자처

▲ 앙금 플라워 떡케이크.

오는 28일에서 31일까지 서울 양재 AT(에이티)센터에서 열리는 2015 대한민국국제요리경연대회 병과분야에 출전을 준비하는 이 씨는 “솔직히 떡에 미친 것 같다”며 “떡을 넘어서 폐백 같은 전통음식을 배우기 위해 매주 이틀은 서울에 올라가고, 내려와서는 이를 연습하며 공방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 둘 대도시로 떠나고, 외국의 디저트 문화가 퍼져있는 요즘, “대한민국 최고의 곳간 김제에서 떡의 전통성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이 씨는 “떡을 파는 것보다 더욱 많이 배워 전통과 고향의 맛이 빚은 음식을 널리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아울러 “청소년들에게 우리 떡을 알려주고 싶다”며 “청소년이 제과제빵 기술을 배울 기회는 많은데 우리 떡은 그렇지 않아 아이들이 떡을 배울 수 있는 시설과 교육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보탰다.

▲ 마지송 전북통합문화예술교육연구회 비빔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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