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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세계에서 전북의 희망은

▲ 위병기 서울본부 정치부장

며칠 전 세기의 대결이라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복싱 경기는 예상과 달리 졸전에 그쳤지만, 1982년 레이 붐붐 맨시니와의 대결에서 패한 김득구의 사망 이후 복싱에 대한 관심이 크게 시들해지던 국내 팬들에게는 가슴설렌 한판이었다.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메이웨더는 한번 더 무패기록을 쌓게 됐지만, 앞으로 오래가지는 않을 것을 직감케 하는 경기였다. 사실 링의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한가지 예를 들면, 1980년을 전후한 시기, 세계적인 선수였던 자모라는 29전 29KO를 구가했으나 결국 사라테에게 잡히고, 사라테는 고메스에게 패하고, 고메스는 산체스에게 처참히 무너진다. 정상에 선 산체스는 천적을 만나기 전에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하게 된다. 헌즈, 헤글러, 레너드 또한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였으나 길게 보면 잠깐 주연이었을 뿐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서 쓸쓸히 링을 떠나게 된다.

 

마치 가위, 바위, 보처럼 강한 자는 더 강한 천적을 만나면서 주연자리를 내주는 것을 보면 복싱은 가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만하다.

 

비단 복싱의 세계뿐만이 아니다.

 

부안 출신 조남철 선생은 선진지 일본기원에서 연마를 거쳐 귀국한 뒤 한국기원을 설립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국내에는 ‘국수’ 조남철에 맞설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김인 이라는 숙적이 나타나고, 조·서시대(조훈현·서봉수)를 거쳐 전주 출신 이창호에 이르러 세계를 제패하게 되며, 이후 이세돌 등으로 이어진다. 강자는 더 강한 자에게 잡히는 승부세계의 한 단면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건강을 찾아 업무에 복귀하면서 차기 총리 후보찾기에 나선 가운데 정가 안팎에서는 소위 ‘호남 총리론’이 회자되고 있다.

 

구체적인 이름도 나도는데 전북 출신으로는 한광옥, 진념, 강봉균, 한덕수 등 여러 명이 거론된다.

 

많은 도민들이 호남 총리, 그중에서도 전북 출신 총리를 염원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단순히 내고장 사람이 행정부 수장 자리에 올라 지역발전에 덕 좀 보고, 남들보다 좀 혜택을 보자는 것이 아니다.

 

존재감마저 위태로운 전북의 위상을 안타까워 하고 있고, 마치 섬처럼 고립된 전북이 뭔가 변화하는 계기를 총리인선을 통해 찾아보려는 실낱같은 소망이라고 보고있다.

 

장관 한명 없다는 푸념과 실망감이 극에 이른 상황에서 비서실장이나 총리 한명이라도 배출하면 전북이 좀 나아질까 하는 기대감 말이다.

 

전북 출신으로서 대통령직에 실제 도전이라도 해본 사람을 꼽는다면 이철승, 정동영 정도인데 지금은 아예 그 반열에 다가선 사람도 없는게 현실이다. 그러면 과연 전북 총리의 배출은 가능할까. 정치역학으로만 본다면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전북 출신을 발탁했을 때 집권층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않을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도 인천은 서울이나 경기에 비해 ‘소수’여서 배제되는 상황에서 전북의 위상을 봤을때 아무런 실익이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남북통일을 앞둔 중차대한 상황에서 국민통합이 제1의 과제인 점을 고려한 통치권 차원의 결단이 전제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집권세력의 배제라는 이유말고도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침체를 거듭한 전북.

 

이젠 지역 출신 총리라도 한 명 나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쌓여있다.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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