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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의 이중잣대 혼란스럽다

더 이상 어린이들이 어른들 힘겨루기에 볼모가 되어선 안돼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전북지역 누리과정을 둘러싼 어린이집들의 반발이 한층 거세어졌다. 전북지역의 3~5세 누리과정 대상 유아는 대략 5만6000명이다. 이중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유아는 2만 4000여 명이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업으로 정부가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다수의 교육감들도 이 사업에 대해 예산 문제를 떠나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체 누리과정 대상의 절반 가까운 유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생활한다는 이유로 유치원과 달리 예산이 끊겨 파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더 이상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

 

다른 지역 교육감들은 정부를 비판하되 파국을 막기 위해 미봉책이지만 정부 뜻대로 지방채 발행 예산을 받아들였다.

 

전북교육청의 최대 우군인 강원교육청도 결국 이틀 전 정부 안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교육청은 고립무원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외롭게 깃발만 나부끼는 투쟁은 승리하기 어렵다. 누리예산 문제가 8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시절 굴종이냐? 투쟁이냐? 결정하는 것과 같은 사안이라면 깃발만 나부껴도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김 교육감은 말로만 투쟁을 외칠 뿐 제대로 투쟁도 하고 있지 않다. 도리어 어린이집은 말할 것 없고 동지인 교육감들도 다 잃었고 투쟁의 동력인 도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의회까지 나서서 차선책이라도 결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갈림길이다. 김 교육감이 홀로 나서 더욱 극단적인 투쟁의 길로 나서던지 아니면 현 시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러한 때 전북교육청은 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가 의회의 내부 반발에 부딪혀 안건을 논의도 하기 전에 수정안을 내는 일이 벌어졌다. 지방채 발행 예산으로 군산지역에 병설 유치원을 건립하는 것이다. 비록 3억 69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적은 돈이 아니다.

 

더욱 교육부의 지시대로 시행한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똑같이 빚내서 하는 일인데 병설유치원 설립 관련 안은 교육부 지시에 순응하여 지방채 발행이더라도 덥석 받아 안고 누리과정 어린이집 관련 예산은 빚은 더 이상 낼 수 없다는 논리로 모진 풍파도 견디며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몇 달째 거리로 내몰고 학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지는 일이 도교육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쪽짜리 교육자치에서 정부와의 투쟁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는다. 군산의 병설 유치원이 꼭 필요한 일이라 빚을 내어 세우려 하듯이 어린이집 관련 예산도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파국을 막기 위해 어린이집 관계자들, 의회 등과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끝까지 정부와 투쟁하여 예산을 쟁취하는 것이 자신이 숭상하는 법 정신이라면 정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성과를 내어야 한다. 법을 숭상하고 강조하는 김 교육감이 시설과 상관없이 영유아들이 평등하게 보육 받을 권리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 지 궁금하다. 어린이집이 복지부 소관이라는 이유 하나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정부와 투쟁하는 것과는 별개로 투쟁의 성과가 있기 전까지 피해를 당하는 애꿎은 어린이들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더 이상 어린이들이 정부와 교육청 간 힘겨루기를 하는 어른들의 볼모로 되어서는 안 된다. 투쟁은 투쟁이고 대안 마련은 해야 한다.

 

레닌이 이야기한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는 모든 투쟁은 대중과 함께 해야 하고 그래야만 지속적으로 힘을 받고 지지를 통해 더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김 교육감은 결국 다른 모든 교육감들 속에서 홀로 되었다.

 

이제 믿을 것은 자신을 뽑아준 전북도민 뿐이다. 도민들에게 더 이상 아픔과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변방의 변방으로 몰린 전북인데 교육 행정마저 외로운 작은 섬으로 스스로 고립되려 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이기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시간이 없다. 즉각 누리과정예산 문제를 대화를 통해 결단하고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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