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기초·광역 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면서 시작된 민선시대가 올해로 20돌을 맞았지만 지자체는 여전히 중앙정부의 지방행정청 수준의 ‘반쪽 자치’에 머물고 있다. 지방정부의 조직과 재정 등 대부분이 지방자치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년 전 풀뿌리민주주의를 출범시켰다며 모두가 흥분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선진국이 됐다며 샴페인만 터뜨리고 한껏 기분을 냈던 정부가 막상 기득권 내려놓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시대가 본격 출범한 후인 1999년 정부는 지방분권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지방정부는 공무원수를 늘리거나 행정기구를 조정할 때 중앙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사무비율은 ‘72대 28’로서 과거에 비해 변한 것이 거의 없다. 지난 13년간 정부는 3,101건을 지방이양 대상 국가사무로 정하고 지방이양을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이양작업이 완료된 사무는 64%에 불과한 1,982건에 머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사무만 지방으로 이양하고 그에 따른 재정과 인력은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일들도 많아 지방정부 허리만 휘고 있다.
세금의 대부분을 국세로 거두고 있는 정부가 재정권을 쥐고 휘두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현재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 중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2다. 세금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독식하는 구조인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국고보조금이 없으면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 하나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재정자립도가 22.1%에 불과한 전북지역 자치단체들은 더욱 위기다.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민선 자치가 시작된 지난 1995년의 30.1%에 비해 8%p가 하락한 상태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가 계속되면서 기업의 지방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인구도 오히려 감소세 있으니 지방정부의 재정확충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나 민선자치 구호는 그야말로 겉만 번지르르 한 개살구일 뿐이다.
정치권의 비민주적 이기주의도 지방자치시대를 역행하는 주범이다. 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를 통해 지역을 틀어쥐려는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반쪽 자치가 계속되는 한 지방정부가 제아무리 창조적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려해도 지역 발전은 백년하청이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정한 지방자치 정착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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