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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길 타이어의 여생

▲ 김경희
지구가 가스 불 위 프라이팬에서 달걀프라이가 되는가 싶도록 덥다. 매미는 목으로 울지 않고 온몸으로 운다고 한다. 요즘 매미는 맴맴 맴- 하고 우는 게 아니라 ‘쓰라려! 쓰라려!’ 하고 외치는 것 같다.

 

정보화 시대의 답은 속도전이다. 그리고 그 속도의 대표성은 역시 자동차와 항공기가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손 안의 세계 스마트 폰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스마트 폰을 보고 듣고 만지작거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도시 공해와 소음의 주연 급은 단연 자동차이다. 눈 떠 창을 열면 자동차의 공해 음성으로 귀에서는 날이 선다. 그 소리 멈춘 곳은 산의 품이요 도시 주변 산책로이다.

 

공원 산책길에는 평행봉과 철봉, 윗몸일으키기 등의 운동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옆에는 폐타이어가 하반신을 땅에 묻은 체 견고히 박혀 있다. 사람들은 그 폐타이어에 다가가 등을 대고 윗몸을 뒤로 제쳐 활 같이 굽힌다. 허리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뒤로 제쳐 진 허리에서는 시원하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언제 이렇게 마음 편히 허리 눕혀 하늘을 보았든가- 폐타이어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 접촉하는 가운데 정이 들었다. 그리하여 타이어의 접촉면은 기름을 발라 놓은 판자 모양 번들번들 윤이 난다. 잘 닦아놓은 검정 구두 코 같이 광택이 난다. 만남과 접촉의 흔적이요 세월의 광채이다.

 

비행기도 이착륙 시에는 구르는 바퀴에 의존한다. 통통선 뱃머리에는 으레 폐타이어가 매달려 있다. 선착장과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깃배 옆구리에도 빠짐없이 타이어가 매달려 있다. 배와 배가 부딪혔을 때의 충격과 손상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바닷가 수영장에는 고무보트도 있지만 주부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익사 사고에 대비해 끈으로 연결된 주부와 타이어도 비치해 두었다. 타이어를 쌓아 벽을 만들어 놓고 응급치료를 하는 곳도 있다.

 

그동안 자동차 하면 새로운 모델과 엔진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타이어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와 비행기가 있었던가. 자동차에 있어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가장 부지런하게 구르면서 제 몸을 닳게 하는 것은 타이어일 것이다. 그리고 타이어에 생명을 불어 넣고 그것을 지켜주는 것은 공기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자연의 값을 잊고 엉뚱한 곳에 신경 쓰며 사는데 익숙해져 있다.

 

아침에도 산책길에서 폐타이어를 만났다. 그 타이어에 윗몸을 맡기고 하늘을 본다. 허리의 시지근한 감각이 산 공기처럼 전신으로 퍼진다. 한동안 그 자세로 누워 생각해 본다. 고무나무가 공장으로 가서 여러 공정을 거쳐 타이어가 된다.

 

그 타이어가 팔려가 자동차에 부착된다. 자동차는 주인의 성깔대로 일생 동안 정신없이 구르고 달린다. 타이어는 바퀴의 주변 태가 닳아 없어지고 지문도 사라져 반들거릴 때까지 굴러야 한다.

 

그리고 퇴임한 뒤 굴러다니다가 어떤 사람 아이디어로 공원에 와 묻혀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를 만나게 되고 내 육신의 짐을 받치고 있다. 폐타이어의 여생을 생각하다 보니, 내 인생 노년의 삶으로 인한 생각의 근육이 긴장되었다.

 

△수필가 김경희씨는 198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펜클럽한국본부 전북위원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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