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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소통] 한·일 청소년 환경포럼 - 광복 70주년 江을 통해 한·일 고교생 통하다

전북·오사카지역 학생들, 5년째 만경강 조사 활동 / 하천·생태계 중요성 공감, 상호 이해·우정 쌓기도

▲ 한·일 청소년 환경포럼에 참가한 양국 고교생들이 만경강 상류인 완주 고산천에서 어류와 수서곤충을 조사하고 있다.

‘방사능 안전’ 논란을 낳으며 일본 후쿠시마로 떠났던 한국의 아이들이 돌아온 날, 한·일 청소년 교류를 위해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온 청소년들이 있었다. 전북과 오사카지역 고교생들이 5년째 이어오고 있는 ‘한·일 청소년 환경포럼’(8월 10∼11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 하천 생태계 조사를 마친 한·일 고교생들이, 그룹별로 조사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 국적은 달라도 모양은 비슷한 물고기

 

지난 8월 10일, 완주 고산천 상류에서 한·일 고교생들이 방금 채집한 물고기들을 일본 측 지도강사인 ‘오가와 리키야’씨의 도움을 받아 구별하고 있었다.

 

“한국의 모래무지는 일본의 ‘카마츠카’와, 한국 고유종인 꺽지는 일본의 ‘오야니라미’와 친척관계라 할 수 있어요.” 몇 달 전 오사카를 지나는 요도강에서 어류조사를 했던 일본 청소년들은 한국의 물고기가 자기 나라의 물고기와 비슷하다는 것이 내내 신기했고, 이유가 궁금했다. 옆에서는 다른 세 무리의 학생들이 물 속 돌을 뒤집어 수서곤충을 잡고 있었고, 수질분석 키트를 이용해 수질을 측정했으며, 물속과 주변 식물들을 채집하고 있었다.

 

△ 한·일 관계 실타래, 청소년 교류가 해법

 

한·일 청소년 환경포럼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이 교류를 시작한 일본 고주고등학교 과학교사인 후지무라 씨는 “일본이 한국에 끼친 잘못을 어떻게 사죄할까,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청소년들이 서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인들의 말에 세뇌되기 전, 순수한 시기에 서로 만나 친구가 된다면, 어른이 되었을 때 한·일 관계가 지금보다는 평화로울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강의 날’ 대회에 참여했던 후지무라 교사는 이같은 교류 의지를 당시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었던 김진태 박사(현 전북도 보건환경연구원장)에게 전달했고, 이 뜻에 공감한 전북지역 과학교사들과 함께 교류를 시작한 것이다.

 

2011년에 첫 교류가 진행되었고, 올해가 5년째다. 그동안 일본 학생들은 다섯 번 한국에 왔고, 한국 학생들은 한번 오사카에 갔다. 한국 측 지도교사 오근석 씨(이리여고)는 2013년 9월 일본에 갔을 때, 환경문제에 대해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일본사람들의 인식과 노력을 보고 감동했다고 한다.

 

내년 1월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환경과학 선진지 견학과 수강, 대기오염 측정 등의 연수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 강으로 하나되어 환경을 생각하는 교류

 

올해 조사활동에 참여한 학생은 한국 42명, 일본 38명 등 총 80명이다. 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완주 고산천 상류(오성교 위쪽)와 중류(봉동교) 두 지역에서 생태조사를 했다. 각 팀은 다시 수질, 어류, 수서곤충, 식생 등 소그룹으로 나뉘어, 조사한 생물종들을 구별하고, 서식지 특성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하천 상류와 중류의 종 분포 차이를 비교했으며, 일본 요도 강의 생물종과도 비교한 뒤 이를 분석해 포스터 발표를 했다.

 

물론 공용어로 쓰는 영어가 서투르기 때문에 전자사전을 옆에 두고 했지만, 차츰차츰 말문이 열려가고 서로의 마음도 열렸다.

 

“빙하기에는 해수면이 낮았고 그래서 일본은 한국과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지요.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물고기들이 비슷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고산천 상류에서 어류 조사를 진행한 A-3그룹의 토의 결과다.

 

청소년들은 생태계 조사 외에도 문화교류, 이리고등학교 둘러보기, 전주천 생태복원 강연듣기, 전주 한옥마을 산책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박2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이들은 내년에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버스가 떠나간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손을 흔들었다.

▲ 한은주 (전북환경운동연합 팀장)

이번 교류에 참가했던 일본 오사카부립고즈고등학교 1학년 무라카미 타가미 학생은 “한국의 학생들과 하천조사를 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야기했던 순간은 일반적인 한국 관광으로는 하지 못할 귀중한 경험이었다”면서, “이번 경험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고, 이러한 노력이 쌓여 일·한 관계가 조금이라도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사로 얽힌 적대감을 풀어 ‘평화’를 만드는 데에도 환경교육은 효과적이다. 환경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화 뿐 만아니라 사람과 자연 사이의 평화를 기본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 한·일 청소년 포럼 주도 오근석 이리여고 교사 "지속적인 환경 교류 활동 동북아 평화 밑거름 될 것"

 

“한·일 청소년들의 지속적이고 다양한 환경교류 활동은 동북아 환경정의와 평화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5년째 한·일 청소년 환경 교류 활동을 주도해 온 오근석 교사(이리여고·52)의 소감이다.

▲ 한·일 청소년 환경포럼 행사를 주도한 오근석 이리여고 교사가 학생들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가운데)

그에게 올 행사가 더 남달랐던 것은 광복 70주년의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등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부족한 상황에서 환경을 매개로 청소년들이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전문가의 지원이 있는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 교사는 오랜 시간 환경동아리 조직과 운영에 열정을 쏟아왔다. 청소년들이 환경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고 평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학교 교육울 보완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리여고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학생들의 모임’을 지도했다. 이 동아리는 ‘제6회 전국 강의 날 대회’에서 하천 모니터링 활동으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고, 그해 일본 강의 날 대회에 한국 청소년대표로 참가했다. 전주 제일고등학교에서는 규모를 키워 전주천 수달탐사반, 전주천 수생식물반 그리고 만경강 생태탐사반을 각각 조직, 운영했다. 이같은 내용을 2013년 제3회 전주 아시아청소년 환경캠프에서 발표했다. 이 같은 활동은 전라북도 환경교육시범학교로 지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오 교사는 한·일 청소년 환경포럼이 일회성 교류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 부립 고주고와 전북과학고, 전주고, 이리고, 이리여고 등의 생물 교사들과 뜻을 모아 ‘한·일 환경교육연구회’를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지역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으나 올부터는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학생들의 사전 학습과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그는 내실있는 환경과학 분야 동아리나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경에 관심있는 교사들에 대한 도교육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에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서먹서먹해 하던 아이들이 금방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만날 기회를 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에게 가장 좋은 교실은 바로 자연이었다.

 

/한은주 (전북환경운동연합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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