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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고향에는 다녀오셨습니까"

무한한 평온·행복감 만끽하는 명절

▲ 소재호 시인·석정문학관장

필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서울에서 하향하는 차편을 놓쳐 추석날 오후에야 집 대문에 들어 섰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눈물 글썽이며,아들이 때 맞춰 도착하지 못한 데 대한 책망의 표정과 늦게라도 집에 당도한 점에 대한 안도와 반가움의 낯빛을 교차하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도 그윽히 건너다 보시는 어머니의 눈빛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리고 그때 어머니의 심정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햇던 후회가 지금도 삭지 않았다.

 

■ 무한한 평온·행복감 만끽하는 명절

 

추석에는 마땅히 고향에 다녀 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포한 안부성 인사 ‘다녀 오셨느냐’는 단순 질문에도 다녀 온 사람은 으레 낯꽃이 희색으로 넘치나 그러지 못했던 사람은 잠시나마 얼굴에 우수가 지나가는 양을 우리는 허다하게 보았다. 고향에 다녀 오지 못한 사람은 그 점 하나만으로도 불효요,불경(不敬)이요, 비례(非禮)요, 그리고 자책과 자괴가 자못 스스로의 가슴에 불편한 심기로 지펴 오르는 것이다. ‘추석에 고향에 가서 부모님 모시고 명절을 쇤다.’는 말 속에는 무한한 평온감과 행복감이 담지된다.

 

추석이든 설이든 이들 민족의 명절에는 인간성이 풍부하게 누려지는 때이기도 하다. 화해와 용서와 베품의 기풍이 사람들 가슴마다 자연적으로 일렁이기도 한다.이때에는 낭만적 감성도 촉촉하게 넘쳐 나온다. 옛날 무슨 구원도 이때의 짧은 조우로 씻은 듯이 녹아내리기도 한다. 빚진 자는 빚을 갚고, 채권자는 과감히 빚을 탕감해 주기도 한다. 민족의 무한한 화해와 융합이 이때에 이룩되기도 한다. 추석에는 타이밍 놓칠세라 남북 이산 가족 만남이 주선되고 죄 지은 사람에게는 사면의 은전이 주어지지 않던가. 끝없이 용서하는 포용의 카테고리가 그 지름을 하냥 넓히는 것이다.

 

아, 시선을 들어 멀리 들녘을 바라 보라. 누렇게 익은 벼 이삭들 고개 숙이며 황금 물결로 넘실거리고, 뒤안에 솟을 듯 뻗쳐 오른 검은 뱃속 고목의 감나무는 탐진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야트막한 앞 산 자락에서는 알밤 터는 소리가 골목에 이르러 정겹게 메아리로 출렁거리지 않던가. 이때는 풍요와 풍성이 그리고 성숙으로 우리네 가슴마다 감동이 여울지고, 우리 가슴가슴은 마냥 정겨움이 울컥 배어 나오지 않던가. 힘들게, 가난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낯꽃을 활짝 펴고 이 날만은 위안을 느끼고, 불행을 언제나 실감하던 타향살이 사람들도 평안의 툇마루에 엉뎅이를 붙이지 않던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 말은 물질적 심리적 만족감과 포만감을 일컫는 의미이리라. 그래서 잠시나마 빈궁으로부터의 자유, 사회적 억제로부터의 자유가 물결지는 것이다. 비록 취업을 못해 컴퓨터 앞에서 게임으로 분노를 키우던 젊은이들도 이 날만은 방구석을 털고 나와 윷놀이에 동참하지 않는가.

 

추석은 생애의 반전이며 삶의 반환점이다. 귀농 귀향도 이때에 결심이 선다. 저 터무니 없던 반목들은 와르르 무너지며 음흉하고 사악한 음모들은 맥없이 부스러지고 따뜻한 양지에서 손을 마주 잡지 않은가. 갑질은 을에게서 횡포를 거두고, 노사의 갈등은 이마가 맞 닿을 듯이 심장으로 만나 서로의 애로와 고충을 타개하지 않은가. 또한 이때에 정치권은 그 의무와 책무가 복지 국가 건설이요, 만민 만복의 달성에만 있는 것이므로 의자를 서로 끌어 당겨 가며 공동선을 창출하고 민생, 민본, 민주의 궤적으로만 진로를 삼아야 할 것이다.

 

■ 서로 손잡고 둥글게 돌며 강강술래를

 

추석은 효용성 상승의 대 전기이다. 작은 정으로 크게 상승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작은 베품으로 이것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민족의 온갖 남루까지 벗겨내는 슬기로움에 다가서야 마땅한 것이다.

 

보름달이 천강(千江)에 비추는 날, 밤잠을 미뤄 놓고 서로 손잡아 둥글게 돌며 강강술래 노래나 부르자. 가앙강수울래 휘휘 돌며 춤이라도 추자. 신나게 신이 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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