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한옥·소리 활용 다양한 문화산업 연계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고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 국가들을 ‘한(韓)’이라고 불렀다. 이는 마한·진한·변한, 즉 ‘삼한’을 말하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이 중 ‘마한’은 오늘날 전라북도 지역을 터전으로 삼았다. 비옥한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한 쌀 문명의 핵심지역에 나라가 서고 문화예술이 흥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역사적 연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전라북도는 한국문화의 원형적 요소가 켜켜이 배어있는 곳이다. 오래 전부터 전라북도가 ‘의기(義氣)의 고장’, ‘풍류(風流)의 고장’, ‘예술(藝術)의 고장’으로 불려온 것도 한국전통문화의 맛과 멋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의 대표적 도시인 전주가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고, 국립무형유산원과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자리 잡은 곳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보존하는 것만으로 전라북도가 이러한 영광을 누린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전통문화를 일상 속에서 생활화하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데 앞장서는 노력이 결코 작지 않다.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친환경소재 중, 한지를 활용한 ‘한지사(韓紙絲, Hanji yarn)’가 그 예다.
‘한지사’는 2004년, 익산에 있는 한국니트산업연구원이 개발했으며, 현재 쌍용방적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를 재료로 만든 한지 청바지는 실용화에 성공한 뒤 뉴욕, 파리 등으로 진출해 해외 유수의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전통 한지에 창의적 발상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시킨 한지 청바지를 세계인에게 입히는 것이야말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융성’이자 ‘창조경제’ 아닌가.
한옥을 활용한 관광명소인 전주한옥마을, 한복문화를 되살려 일상에서 놀이로 즐길 수 있게 한 한복놀이단, 전통음식을 현대인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개발한 테이크아웃 비빔밥 등, 전통문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기 위한 전라북도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지역 간에 활용 가능한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이를 위한 연계가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전통에 기반을 둔 지역문화자원을 다양한 문화산업과 연계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도 분발이 필요하다. 그러면 새로운 미래 도약의 두 날개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가 전라북도에서 날개를 펼치게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소리창조클러스터’가 그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소리축제의 고장’에서 ‘소리창조산업의 중심’이 되겠다는 구상은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이해한 전략이다. 이처럼 지역문화의 특수성에 기반을 둔 미래지향적 가치를 개발할 수 있는 제2, 제3의 전략을 찾는다면, 전통문화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ICT와 융합한 콘텐츠산업의 육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문화융성계획과도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쉼 없이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창의성과 상상력은 ‘문화’에서 비롯된다. 고유한 우리 문화의 원형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역량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는 전라북도야말로 창조경제발전의 기름진 터전이 될 것이 분명하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