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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공감] 토털아트 예술가 임택준씨 "어떻게 표현할까…도전하는 과정 너무 행복"

그림·설치 등 스펙트럼 무한한 예술세계 / 내면적 행위 표현할 때 작품에 생명력 느껴 / 틀에 얽매이지 않아야 소통도 자유로워져

▲ 전주 색장동에 있는 스튜디오 겸 자택 마당에서 자유로운 예술가 임택준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지속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얽매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에 용감히 맞서는 자유로운 예술가 임택준(57). 그를 자세히 본 것은 올해 전북문화예술지원센터에서 주최한 ‘모모의작업실’이라는 사업을 통해서이다. 색장동에 있는 스튜디오 겸 자택 마당에서 두 세시간 그의 작품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궁금해져 인터뷰 요청을 했다. 흔쾌히 수락을 해줘 일정을 잡고 준비를 하는데, 도대체 뭘 물어봐야할지 막막했다. “무슨 작품을 하세요?” 라든가 “언제부터 이런 작업을 하셨나요?” “앞으로 어떤 작품세계를 펼치실 건가요”라는 질문은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공간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그냥 바라보기로 했다. 그렇게 가을이 완연한 10월 아침에 그를 찾아갔다. 그는‘지금, 여기’를 살기에 과정이 힘들어도 재밌고 행복하다고 했다.

 

△ 자리잡은 곳이 곧 삶터

 

그의 공간에 도착했을 때 3주전에 봤던 그 집은 온데 간데 없고 마당은 건축자재 도구가 한가득이고, 빨갛고 노란 테라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공간은 맘 가는대로 부수고, 연결하고, 색칠하고 노는 장난감 공장이란다. 그는 원래 한옥마을에 살다가 그곳이 너무 번잡해지고 비좁고, 자유롭지 않아서 2년 전에 원색장동으로 이사를 왔다. 마을 입구에서 그의 공간을 바라보면 화선지에 붉은 방울이 떨어져 스미고 번지는 듯, 이미 마을의 일부분으로 자리잡혀 있었다. 인터뷰 중 이웃할머니와 너무도 친근감 있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 주민들과의 관계를 물으니 “이 동네에 와서 마을 입구에 ‘Book coner’를 만들고 벽화 그리기 등 소소한 활동을 함께 나누었어요. 동네분들이 마을에 예술가가 들어왔다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내가 운이 좋게 좋은 동네에 와서 서로 도와주고 챙겨주는 마음이 가족 같고 오래 함께 지내온 오랜 이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스펙트럼 무한한 예술세계

▲ 토털아트 예술가 임택준씨는“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면적 행위로 표현할 때”라고 말한다.

그림으로 시작한 그의 예술활동은 이제 토털아트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장르 폭이 확대되었고, 표현하는 메시지도 극사실적인 표현부터 내면의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엄청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전달하는데 그리는 것만으로 표현이 다 될까? 이젠 ‘그린다’라는 개념보다 ‘작품을 만들어낸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합한 시대 같아요. 그렇다면 여러 장르를 포괄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린다는 것은 누구나 어릴 적부터, 글자활용능력에 관계없이 할 수 있는 표현행위잖아요. 나는 어려서부터 그리고 만드는 것을 매우 좋아했어요. 그렇게 그리고, 만들고, 표현하는 것이 내 삶이 되었어요. 대학시절에는 잘 그려야한다는 생각에 극사실주의적인 그림을 그렸죠. 그러다가 어느 날 내가 진짜 표현하는 것은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날카롭고 섬짓한 느낌을 표현했던 시간들도 있었어요. 80년대 들어서 대지미술이라는 장르를 접하면서 표현방법이 확장되기 시작했고, 이내 퍼포먼스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 퍼포먼스로 시대, 사람과 교감

 

그는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는 행위를 보는 이들이 동시성을 가지고 교감하는 퍼포먼스 작업에 매료되었다. “사실 내가 뭘 표현할지도 늘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뭔가 하나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선명해지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고 고민하고, 시도하고, 도전하는 그 과정이 너무 행복해요. 그것이 다 완성이 되어서 전시장에 걸리고 나면 그 때 느껴지는 허무감보다 준비하는 과정 그 자체가 너무 중요하고 행복해요.”

 

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같은 시대적 상황을 만나며 그의 느낌과 생각 등 내면적 요소를 행위로 표현하면서 그 시대와 상황을 온몸으로 함께 경험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렇게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과 함께 경험한 뒤 그것을 그림에 담는 작업으로 연결한다고 한다. 그랬을 때 그 그림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살아있는 생명력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의 삶이 반영되는 것이 예술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자 하고, 고수하고자 한다. 그러나 임택준은 그렇지 않다. “줏대가 없어서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하는 게 아니에요. 예술가는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 가 표현에 많은 영향을 주거든요. 예를 들어 내가 공장지대에 산다면 공장건물과 근로자들의 일상을 자주 볼 것이고 그것이 나에게 준 많은 영감들을 표현하지 않겠어요. 문명이 차단된 깊은 산에 들어가 산다면 나무와 자연을 보고 그것들이 내게 준 많은 영감을 표현할 것이구요.”

 

△주입식 문화예술교육 창의성 억압

 

“아이들과 만나는 것은 엄청난 것이에요. 문화예술 뒤에 붙은 교육이라는 말이 좀 그래요. 자유로운 체험을 통해 배워지는 초등학교에서 2년 정도 해본 경험이 있어요. 물감하나 없이 풀잎사귀 으깨서 초록물 내고, 꽃잎사귀로 붉은 빛 내서 색을 만들어 내며 체험하며 놀이처럼 만나는 프로그램을 했지요. 그런데 당시 학교관계자들은 학교환경정리에 나의 예술전문성을 활용하려고 하거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 과정에 대해 갈등이 많았지요. 최근에 계속 참여하는 ‘우락부락’이라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촉진하면서도 억압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발현시키는 점이 너무 좋아요. 많은 주입식 문화예술교육이 아이들을 더 닫히게 하지만, ‘우락부락’같은 프로그램이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어서 희망적이라 생각해요.”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예술놀이터에 초대해준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였다. 아이들의 표현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에 자신에게 실로 엄청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공간이동을 해보는것이 꿈이라고 했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세계를 떠돌고 싶다고. 마침 내년에 프랑스에서 개인전이 계획돼 있어 여행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세계를 보고, 경험하고, 배우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또다른 표현의 세계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 마지송 전북통합문화예술교육연구회 비빔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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