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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소통] 한스타일 학교 만들기

한지·한옥·한소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 전주시 초·중·고 60곳 5060명 학생 이수 / 올 고전낭송 첫 시도, 전통문화 학습 인기

▲ 전주시와 전주시평생학습관이 진행하는‘한스타일 학교 만들기’판소리 발표회에서 수강생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스타일 학교 만들기는 한지·한소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뜨셨소~ 인당수 풍랑 중에 빠져 죽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낭송 수업이 한창 진행되는 전주 진북초등학교 4학년 교실. 둥글게 둘러앉은 아이들이 제법 진지하게 감정을 잡아 심청가의 마지막 부분을 원문으로 함께 읽고 있다. 앞서 심청전의 주요 내용과 원문을 읽어서인지 낭송 선생님을 따라 소리내어 읽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너무도 진지해 감동이 밀려온다. 교실 뒤쪽에 서 있는 남자 담임 선생님도 함께 즐기는 느낌이다.

 

#2. “대장군방 벌목허고, 오귀방에 이사권코…” 흥보가 중 유명한 놀부 심술대목 첫 머리를 낯설고 알아듣기 어려운 말인데, 북장단에 맞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부르고 있다. 판소리 수업 중인 완산초등학교 돌봄교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진다. 선생님 곁에 와서 북을 만져 보고, 쳐 보고, 어려운 말을 물어보면서 산만하지만 판소리와 놀며 배운다.

 

두 장면 모두 전주시와 전주시평생학습관이 진행하는 ‘한스타일 학교 만들기’의 현장이다.

 

전주시는 2010년부터 해마다 한지, 한옥, 한소리 등 다양한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전주시교육청과 연계해 초·중·고등학교에 개설,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60개교 5060명의 학생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올 해는 11개 초등학교 330여명의 학생들에게 10주 동안 판소리와 고전 낭송을 가르치고, 오는 12월11일(금)에는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낭송과 판소리 발표회를 열 계획이다.

▲ ‘한스타일 학교 만들기’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올 해 처음 시도하는 고전낭송은 소리를 배우는 공부 방법으로 옛 서당에서 하던 성독과 유사한 것으로 고미숙 고전평론가가 〈호모큐라스〉에서 소개한 인문학적 공부 방법이다. 올 해는 고전소설인 판소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낭송과 판소리를 병행해 가르치고 있다.

 

우리에게 ‘전통문화’가 있다고 자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계속 계승 발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 학생들이다.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 재미있게 전통문화를 즐기며 익힌다면 내가 전문가가 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몸속에 전통문화가 인식되는 것이고, 어린 학생들은 미래 전통문화의 수요자이자 공급자가 되는 것이다.

 

몇 해 전 전주시의 자매도시인 일본 가나자와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인상 깊게 느낀 것 중 하나는 21세기 미술관과 노가쿠 박물관, 직인대학교 등이 가나자와 학생들의 전통문화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가나자와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의무적으로 21세기 미술관을 관람해야 하고, 노가쿠 박물관에서 능악 수업을 받고, 능악 공연을 1회 이상 관람해야 하며, 직인대학교에서 연 1회 체험교실에 참여해야 한다. 이것은 가나자와의 어른들이 가나자와의 문화를 다음 세대에 확실하게 계승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전주에만 있는 전주시와 전주시교육청이 연계한 전통문화 프로그램, 5년이 넘게 지속되어온 ‘한스타일 학교만들기’는 전통문화교육에 대한 전주시의 뚜렷한 의지의 표현이다. 전통은 저절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민은 저절로 양성되지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전통은 “아이고~ 아부지!”하고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북채를 쥐어보는 손길에, 판소리 선생님을 쳐다보는 또랑또랑한 눈망울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 [전통문화 아카데미] 전주서 '한국' 배우는 외국인들 "전통체험하고 학점도 받아요"

전통문화관에서 비빔밥을 비빈다.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불고기와 잡채를 만든다. 한지산업지원센터에서 한지를 뜨고, 한지공예로 나만의 공예품을 만든다.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우고, 판소리 공연을 관람한다. 사자탈을 쓰고 사자탈춤을 배우고, 한국 전래놀이를 함께 해 본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활쏘기와 술 마시는 예절을 체험하고, 한옥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학점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 유학을 왔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전북권의 4개 대학(우석대·원광대·전북대·전주대)과 협약을 맺고, 2008년부터 학점이수제로 ‘전통문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을 통해 전통문화아카데미를 신청하면 한식, 한지, 한옥, 한소리, 전통놀이 등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2학점을 받는 제도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전통문화체험을 한 유학생만 현재 38기 3000여명에 이른다.

 

전통문화 아카데미를 이수한 범채업 학생(전주대 스마트미디어학부, 중국유학생 3학년)은 “처음에는 매주 토요일에 수업을 듣는 것도 부담스럽고, 학교가 아닌 먼 곳으로 가서 수업을 받는 것도 걱정스러웠는데, 지내고 보니 4주간의 수업이 무척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고 말한다. 매 수업이 깊이 있고 다양해서 TV에서만 보던 음식을 직접 해서 먹고, 한국의 악기를 연주해 보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랑할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돕고 있는 전주대학교 국제교육센터 박상규 교수는 “전통문화 아카데미는 전주시가 전북권 대학과 협력해 외국인 유학생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매우 우수한 사례이다. 한류에만 익숙한 유학생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고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프로그램에 만족도가 높아서 친구나 후배에게 추천해주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국의 대학신문이나 중앙언론에 적극 홍보해서 이런 모범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은 스쳐 지나가는 손님이 아니다. 우리나라(도시)와 외국을 이어주는 전령사이자 민간 외교관이다. ‘전통문화의 보고’ 전주는 한국의 문화도시의 중심에 서 있다. 전통문화 아카데미가 외국인 대학생들의 유학생활에 또 다른 문화적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통로이자 세계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전주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본다.

▲ 구성은 전주시 평생학습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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