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대중문학 융합 ‘중간문학’ 활성화는 문화계 새 지평 열 것
그러나 세월과 함께 TV와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문학은 더 이상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인간성을 고양시켜주는 유일한 매체로써의 그 특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글이 아니어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수용자들에게 문학은 점차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학을 포기해야 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원 소스 멀티유즈시대에 글은 어떠한 형태로든 문화의 원형이 되기 때문에 더욱 갈고 닦아야할 분야이지 결코 포기할 분야가 아니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용자들이 뭘 원하고, 또 뭘 좋아하는지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의 평론가 레슬리 피들러는 일찍이 고급문화와 순수문학을 주창했던 모더니즘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대중문화와 중간문학(middlebrow literature)을 인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이미 50년 전에 선언했다.
중간문학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중간 형태로, 순수문학이 추구하는 본질적 존재증명에 대중문학의 서사와 재미를 적절하게 혼합한 장르다.
중간문학으로는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톨킨의 ‘반지의 제왕’,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등을 비롯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까지 아우른다.
우리 문학도 점차 중간문학으로 무게의 추가 기울어가는 분위기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방향 선회를 해야 한다. 시대는 문화와 문학이 같이 가는 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글이 매체와 결합해 또 다른 문화의 원형이 되곤 하지만,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 등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책이 되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매체 간에 크로스 오버가 당연시 되는 하이브리드 시대에 문학이 갈 길은 융합이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융합을 통한 중간문학의 활성화. 그것은 문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 전국의 대학에서 우후죽순처럼 만화학과를 만들어 오늘날의 웹툰 전성시대를 연 것처럼, 각 대학에서는 이제 문예창작학과에 중간문학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 시발(始發)이 전북 소재의 대학에서 이루어졌으면 한다. 누가 뭐래도 현대는 이야기 시대다. 현대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과 중요성은 영속할 것이므로 중간문학을 통한 인재 육성이 빠르면 빠를수록 전북 소재 대학은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내년 2월에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 새로이 출범한다고 하니 전북에서도 이야기 산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론가보다 문학 콘텐츠에 대해 밝은 실무진이 전진 배치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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