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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

▲ 조흥만

요즈음 세태를 보면 자기 자리 하나 차지하기 위해 일생을 보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어린이집 자리 차지부터 유치원과 학교 그리고 직장, 심지어 노인 복지관까지 한자리 차지하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

 

총선을 앞두고 한자리 차지하기 위하여 애쓰거나 자기 자리 빼앗기지 않으려고 눈 부라리는 사람들을 보면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다. 북한에서는 수소폭탄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를 해도, 어린이집 보육이 중단 된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의사당에 한자리 차지하려는 생각에 함몰되어 민족의 앞날이나 세계 속 대한민국의 위상 같은 큰 틀의 정치는 밑그림조차 그리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며칠 전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티켓 하나로 3일 동안 새마을호 이하 열차를 몇 번이고 갈아탈 수 있어 떠돌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알맞은 나들이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좌석까지 보장 해 주지는 않았다. 눈치껏 빈자리를 찾아서 앉아 가다 주인이 나타나면 내주어야 한다. 정차 역에서 기차가 서면 플랫폼 승객수를 보면 불안해 진다. 또 승객이 올라와 내가 앉은 자리의 좌석번호를 확인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러다가 기차가 출발하면 ‘아직은 내 자리로구나’ 하고 안도 한다. 그러나 엉뚱한 칸에 올라탔다 늦게 자기 자리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으니 안심할 수만은 없다.

 

동 대구에서 조치원까지 세 번을 옮겨 앉고도 1시간 정도를 입석으로 이동했다. 염치없게도 슬슬 짜증이 났다. 서서 가니 열차 내 전 좌석이 보였다. “쪼바서 우짜까” “걱정 마세요 아이들이라 괜찮아요.” 두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젊은 엄마와 팔순의 어르신 이야기 소리다. 먼저 앉아 있는 어르신에게 자기 자리를 양보하고 아이들과 비좁게 앉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서서 가니 보였다.

 

조치원에서 내려 여수행 열차로 갈아타고 3번 칸으로 갔다. 무궁화호는 3번 칸에 장애인석을 마련하고 있어 좌석이 없는 빈 공간이 있다. 예상 한 대로 빈자리는 없고 장애인 석 뒤편에 대학생 같은 젊은이가 열차 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도 반대편 바닥에 무릎 담요를 깔고 신발을 벗고 앉았다. 꼬리뼈 부근에 열차 바퀴의 진동이 전해져 왔다. 가부좌를 틀고 깊은 호흡을 하면서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이 자리는 내 자리다. 좌석권을 사지 않은 나에게 합당한 곳이고 더 내려갈 곳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새로 타는 승객 눈치 보랴 옆 좌석 승객 기색 살피랴 빈자리 앉아가는 승객을 의심의 눈으로 보는 승무원에게 눈 맞추며 좌불안석하던 것이 좌석 하나 포기하니 이리도 편한 것을- 염치없는 짜증도 가라앉고 마음이 평온해지니 다시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국회의사당에 내 자리가 꼭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열차 바닥에 앉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사람들은 열차를 공짜로 이용하니 염치가 있다면 한번쯤은 나와 같이 티켓을 구입해 삶의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럴 기회도 마음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조흥만씨는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덕진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 덕진노인복지관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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