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는 불편한 진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터놓고 말할 수가 없는 불편한 진실 말이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몰매를 맞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참고 보자니 여간 불편하기가 그지없다.
익산 평화육교 재가설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공사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이 지역사회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데도 정작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익산시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혼자 실컷 떠들다가 지치면 제 풀에 꺾이겠지를 노린 전형적인 무대응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지나 않을까 한편으론 걱정이다.
그들은 왜 이처럼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을까. 혹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가 본전도 찾지 못할까하는 우려에서, 아니면 속 시원하게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지난날의 흔적이 확 까발려질까봐 걱정돼서 등등 도통 그 속내를 모르겠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옛 기억을 더듬어 본다. 2014년 11월5일. 당시 국회 예결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던 이춘석 국회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평화육교를 단순히 노후한 지방도로 재가설로 해석하는 국토부를 가까스로 설득해 80%까지 국비를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고”고 밝혔다. 애초 50%의 국비를 지원하겠다는 국토부를 끈질 지게 물고 늘어져 8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이날 인터뷰의 핵심이다.
익산시도 적극 맞장구 쳤다.
이 의원이 평화육교 재가설을 위한 전폭적인 국비지원을 이끄는데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양 기관이 확정한 지금의 사업비 분담비율을 보면 기가 찬다. 전체 사업비 497억원 가운데 62%의 307억원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나머지 38%의 190억원은 익산시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불과 1년 7개월여 전에 이 의원과 익산시를 통해 전해들은 익산시 예상 분담율 20%가 38%로 껑충 뛰었다.18% 포인트 차이는 거의 100억여원에 육박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다. 당시의 언론 보도가 허위인지 아니면 그 누군가가 허풍을 떤 건지 침묵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불편하더라도 시민들은 도대체 진실이 뭔지 정말 궁금하다.
불편한 진실은 또 있다.
혹시 익산시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밉보여 사업비 분담율이 이처럼 대폭 늘어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2015년 3월4일. 당시 박경철 전 익산시장은 이날 대전에 위치한 한국철도공단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호남고속철도KTX 개통을 한 달여 앞두고 불거진 부실시공과 관련, 전면 재시공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사장 면담 등을 요구했다.
현직 자치단체장으로서 매우 이례적인 그의 이날 행보는 많은 언론 조명을 받으면서 나름 소기의 목적을 거뒀는지 모르겠지만 익산시민들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돈키호테식 돌출행보에 불과했다.
평화육교 재가설을 둘러싼 국비 지원액을 놓고 양 기관이 막판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익산시를 대표하는 시장이 사전 예고도 없이 무작정 남의 집 앞마당을 찾아가 목청을 돋운 것이 밉보인 것 아니냐고 묻고 싶다.
“문제가 된 부실시공 구간이 익산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이런 오버 액션에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내심 익산시를 걱정했던 당시의 한국철도시설공단 한 관계자 얘기가 문득 스쳐지나 간다. 박 전 시장으로 인해 괘씸죄에 걸렸든 안 걸렸든 익산시가 짊어질 사업비 분담율이 너무 불합리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또한 불편한 진실이 아니겠는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