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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유치와 이전은 분명 다르다

▲ 엄철호 익산본부장

요즘 익산시 공무원들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유치와 이전, 두 단어의 뜻과 차이를 아느냐고.

 

유치는 꾀어서 데려오거나 행사 및 사업 따위를 이끌어 들임을 말하고, 이전은 장소나 주소 따위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뜻하는데 똑같은 의미로 해석해 쓰고 있는 듯 싶어서다.

 

명색이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평생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이 초등학생도 쉽게 알고 있는 이 두 단어의 뜻과 차이를 몰라 계속 사용하다가 언젠가는 개망신을 당할 것 같기에 생뚱맞게 던져 본 질문이다. 속된 표현으로 더 이상 쪽팔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익산시는 지난달 24일 하영종합상사 등 기술선도형 강소기업 3곳이 익산 제3산업단지 입주를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적극적인 기업유치 노력을 통한 값진 성과물로 60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게 보도자료 핵심이다. 1곳도 아닌 3곳의 투자협약 체결은 말 그대로 익산시민들에게는 청량제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기업유치란 타 지역에 자리 잡은 기업을 끌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협약체결에 나선 3곳 가운데 1곳은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기업유치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은 지난 2013년 오산면에 일찍이 둥지를 튼 익산 기업이다. 기업유치가 아니라 기업이전이란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기에 익산시에 물었다.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현재의 회사 규모보다 더 큰 부지를 매입해 옮겨가기 때문에 기업유치가 확실히 맞고 인센티브로 특별보조금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기업유치성과를 두고 괜한 트집을 잡기가 아니기에 재차 물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그럼 확장 이전으로 보는 게 맞지 않냐고.

 

일반시민도 돈 벌어 옆 동네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하면 특별격려금을 주고, 익산시 신규 인구유입 통계에 잡히냐고.

 

영락없는 아랫돌 뽑아 윗돌 괴고, 윗돌 뽑아 아랫돌 괴는 하석상대(下石上臺)가 따로 없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기업유치는 또 있다.

 

지난달 27일 익산시 간부회의에서는 익산의 A광고사가 제3산업단지의 주얼리집적센터 입주를 확정했다고 보고됐다. 현수막 제작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직원 3~4명의 소규모 광고업체인 이 회사는 현재의 남중동에서 낭산면 이 곳으로 옮겨가면서 또 한 건의 기업유치성과로 이날 전격 보고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시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기업유치와 관련한 성과물이 엊그제에 이어 또 한 건이 터지면서 이 같은 희소식(?)을 연거푸 보고받게 된 시장의 속내는 어떨까.

 

‘정말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뛰는구나, 더 힘을 보태주고 격려해줘야지’ 아니면 ‘이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구나’ 등등 일단은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것 같다.

 

그러면서 기업유치성과를 둘러싸고 공무원과 시민들이 이처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상황에 대해 과연 익산시장은 누구의 생각에 더 힘을 실어줄지 더더욱 궁금해진다.

 

시민들이 정말 듣고 싶은 희소식은 마구잡이 끼워 넣기를 통한 속 빈 강정의 숫자놀음 기업유치실적이 아니라 지역경제살리기를 위한 쓸 만한 기업유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위대한 사람은 자신이 이룬 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는 성공을 이루고도 그 성공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진정 그 성공에서 멀어지지 않는다’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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