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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기념일 논란 종지부 찍을 때 됐다

40여개의 국가기념일이 기려지고 있지만 동학농민혁명의 경우처럼 기념일 날짜를 놓고 이리 오랫동안 대립과 갈등을 빚은 사례는 없다. 숭고한 혁명의 정신을 기리자는 것인지, 지역 낯내기를 하자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동학농민혁명에 담긴 나눔과 배려, 협동, 상생 정신은 오간데 없이 기념일을 두고 지역주의만 번뜩인다. 관련 단체와 자치단체들이 본질을 외면한 채 언제까지 논란만 벌일 텐가.

 

동학농민혁명 특별법 제정 이후 10년 넘게 기념일 제정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지역주의에 가로막혀 늘 제자리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갈등만 키워 기념일 제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해 전주화약일의 기념일 시도를 끝으로 한동안 공식적인 논의조차 실종됐다.

 

수면 아래로 들어간 기념일 제정을 위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어렵게 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이다. 재단은 지난해 문체부에 건의한 전주화약일의 기념일 지정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건의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새 건의문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또 논란이다. 재단측이 ‘지역색을 띠지 않으면서도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할 수 있는 날로 기념일을 제정할 경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골자로 한 동의서를 만들어 전주·정읍·부안·고창군의 동의를 구하면서다. ‘지역색이 없는 제3의 날’에 문제가 있으며, 관련 단체를 제쳐두고 자치단체장의 동의만 구하려는 방식에 정읍지역 두 단체가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고육책까지 내놓았을지, 재단측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그간 추진과정에서 지역주의에 기댄 불복이 다반사였고, 지역성이 들어갈 경우 과거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리리라.

 

그러나 이런 동의서가 올바른 방도는 아니다. 그동안 잠잠했던 부안군이 근래 ‘백산봉기일’을 기념일로 강하게 내세우며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도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동학농민혁명은 결코 특정 지역이나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정 단체나 지역의 반발이 무서워서 미봉책으로 기념일을 제정해서야 되겠는가. 어려울수록 정도를 가야하고,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모두 내려놓고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가들로 기념일제정추진위를 다시 꾸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절차를 밟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 결정에 승복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틀을 먼저 갖춰야 할 것이다. 이제 기념일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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