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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기사

사이시옷 - 박종은

모음과 자음 사이에

 

단단히 끼어 빠지지 않는 존재

 

밀려나거나 배회하는 아웃사이더는 아니라서

 

떨어져나갈 일은 없겠지만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중심이 되지 못하는

 

휘황찬란한 도시의 밤하늘에 손톱 달처럼 있으나 마나한

 

그러나 아는 사람은 꼭 찾아서 확실하게 끼어주는

 

샛길이나 샛강처럼 옆으로 빠져도 의미 단단하게 지켜주고

 

고깃배처럼 따로 노는 고기와 배를 일심동ㅊ로 묶어내며

 

윗마을 아랫마을처럼 얼마간의 거리를 튼실하게 확보하여

 

실한 고리로 묶어주는 짭짤한 역할

 

평생 뒤에다 모음을 두지 못하여

 

일가를 이루지 못하는 고독한 솔로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역사는 인정하지 않았다. 변절자, 혹은 회색분자, 혹은 이기주의자라고 밀어냈다. 그래서 사이시옷은 하나의 성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심지어 달팽이도 왼돌이나 오른돌이는 있어도 사이돌이는 없다. 해서 무리를 지을 수도 없다. 제 영토를 주장하지 않고, 제 일가를 이루지도 않는 절대고독의 음소다. 다만 누군가의 발뒤꿈치를 받쳐주고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고, 중재하는 일에 열심일 뿐이다. 간혹 등굣길이나 장맛비처럼 낯선 중재안을 내놓기도 하지만 자음의 존재감을 된소리로 살려주는 사이시옷은 얼마나 지극한가?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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