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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구리 - 조미애

아프리카 별들은 죽어 바다에서 다시 태어난다

 

물보라처럼 솟아오르는 것은 하늘의 영혼

 

동그란 똥 덩어리 하나면 평생을 먹을 수 있는

 

쇠똥구리가 제 몸보다 큰 먹이를 지고서 간다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길을 재촉하지만 끝내 모래밭에 갇히고 말았다

 

시지프스처럼 모래 언덕을 오르다 미끄러지고

 

다시 일어서 굴려도 보는데 먹이는 그새 말라버렸다

 

먹이를 짊어지고 있을 때에는 앞을 볼 수 없었던 그는

 

먹이를 버렸을 때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볼 수도

 

사막을 바로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

 

별들은 바다에 떨어져 새로 태어나고

 

쇠똥구리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다

 

△아프리카의 밤은 온천지가 다 별 밭이다. 낮 동안 하늘을 우러러본 모든 것들이 바다에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주린 배를 밤새 달래는 아이의 눈동자도, 그런 아이를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유칼립투스 이파리도, 그걸 밤새 채록하는 시인의 눈도 모두 모두 별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목전에 두고 끝내 굴러떨어진 쇠똥구리가, 최소한의 먹이조차 말라 비틀어져 버린 쇠똥구리가, 사막을 건너간다. 갈증이 비구름 쪽으로 길을 잡는다. 밤하늘의 별들이 왜 그렇게 그렁거리는지 아프리카는 안다.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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