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쌀·잡곡의 기능과
제철 식재료의 어울림
몸과 마음의 치유음식
‘좋은 음식은 약이 된다’는 뜻의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균형 잡힌 식사만큼 몸에 좋은 것은 없다는 뜻이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한다는 선조들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 우리 밥상 차림이 이를 잘 보여준다. 자연의 시간이 빚어낸 제철 식재료에 만든 이의 정성이 더해진 소박한 밥상은 그 자체가 보약이다.
그래서인지 계절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몸과 마음의 기운이 가라앉을 때 계절별식을 음미하며 치유하는 이들도 많다.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지 않는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언제 먹어도 순하고 편안하다. 몸을 살리고 먹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위안을 주는 음식을 현대인들은 ‘치유음식’이라고 부른다.
치유음식을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한국인들의 주식인 쌀과 잡곡류다. 온갖 먹을거리를 아우를 때 ‘오곡백과’라고 표현하는 것만 봐도 곡식은 오랜 시간 생명을 유지시키는 원천으로 우리 식생활을 지탱하고 있다. 특히 조, 기장, 수수 등 잡곡류가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슈퍼 푸드로 알려지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제주의 토종자원을 기반으로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차조 품종인 ‘삼다찰’이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달 말, 농촌진흥청이 쌀과 잡곡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35가지 대표음식의 조리법을 정리해 ‘우리쌀 잡곡으로 만든 건강 레시피’를 발간한다. 전주대 연구진과 공동 개발한 조리법에는 쌀을 비롯해 메밀과 조, 녹두, 율무, 기장, 팥, 수수가 등장한다. 계절별로 자주 발병하는 질병을 조사하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기능을 지닌 곡물이 무엇인지 꼼꼼히 분석해 제철에 먹으면 이로운 음식을 살뜰하게 담았다.
미리 열어보니 봄에 즐겨먹으면 좋은 잡곡으로 메밀과 조, 여름에는 녹두와 율무, 가을에는 쌀과 기장, 겨울에는 팥과 수수를 꼽았다. 메밀에는 추위로 움츠렸던 몸이 풀리면서 찾아오기 쉬운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루틴 성분이 들어있어 봄에 먹으면 적격이다. 녹두는 더위를 식히고 열을 내려주므로 여름에 가까이 하고, 가을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쌀과 기장으로 장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삼시세끼 거르지 않는 쌀을 굳이 가을로 국한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햅쌀이 나오는 시기를 고려해 쌀가루, 찹쌀을 다채롭게 응용해 봤다. 겨울에는 면역력이 약해지는 만큼 체내 염증을 완화시키는 팥이나 수수가 들어간 음식과 친해져야 한다. 불고기 메밀쌈이나 녹두 비지찌개, 기장 아욱죽, 수수전병 등이 시선을 끈다.
농촌진흥청은 이달 27일 전시회를 열고 쌀과 잡곡으로 만든 건강 레시피를 선보이며 전국의 농가맛집과 농촌교육농장의 음식체험 메뉴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다. 농가맛집이란 지역농가가 직접 생산한 식재료에 고장의 음식문화 스토리를 입혀 향토음식으로 육성하고, 알리는 향토음식 전문점이다. 전북지역에도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총 15곳의 농가맛집이 있다. ‘식도락 두부마을’(고창), ‘산넘어 남촌엔’(부안), ‘삶의 향기’(김제)가 대표적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투박하지만 담백한 고향 음식이 돌이켜 보니 치유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행여 식구들이 입맛을 잃지 않을까 부지런히 잡곡을 불리고 갈고 삶아 차려주신 제철별식 덕에 건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다. 우리 쌀, 잡곡의 영양학적 기능과 제철 식재료와의 어울림을 눈여겨본다면 허약해진 몸과 허기진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음식으로 굳이 약선(藥膳)요리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백세건강의 해법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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