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편견과 이념에 찌든 교육에 미래는 없다

▲ 이흥래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올해 고등학교 입시에서 전주 상산고를 비롯한 자사고에 지원할 도내 응시자는 그야말로 비장한 각오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올해 개정된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서 전기에 실시했던 자사고의 신입생 선발 시기를, 평준화 지역 일반고와 같은 후기로 바꾸면서 중복지원을 금했기 때문이다. 즉 도내 출신 중학생이 자사고를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전주 등 도내 평준화지역 고등학교에는 입학할 수 없게 된다. 좋은 학교 한번 가보려다 시험에 떨어지면, 집 근처 일반고에 갈 수 없으니 지원을 말라는 얘기이고, 자사고들에겐 좋은 말로 문 닫으라는 공갈이나 다름없는 정책이다. 사정이 이러니 상산고 등은 교육의 평등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에 몹시 불안해 하고 있다. 손바닥 만한 나라에서 무슨 교육정책이 그리 자주도 변하는지, 학생이나 학부모, 선생님들까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솔직히 필자도 그랬지만 평준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평준화가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아니지만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과도한 입시경쟁의 폐해를 줄이고 전인교육을 통한 민주시민의 육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같은 교육적 이상을 달성하기엔 우리의 사회환경이 너무 척박했다. 기존의 학벌사회에 대한 사회적 관념은 여전하고 직종간 소득차나 대우 등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다 보니 기대했던 교육적 효과는 난망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우수학생은 사교육의 그늘로 숨어버리고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하는 교실이 부지기수였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권이 바로서야 되겠지만 교육당국의 눈에는 학생들의 권리만 보이고, 교권은 외면당하다 보니 이제는 백약이 무효인 공교육 부재의 현실을 맞고 있다. 이 같은 교실붕괴가 계속되다 보니 도입된 게 바로 자사고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학교들이 우수학생을 선점하고 학교간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지금 숨통이 끊기게 생겼다.

이번 개정안에서도 전기모집으로 남은 과학고의 경우 과학영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지만 졸업생 가운데는 과학계 종사자 못지 않게 의료계 진출자가 많다. 또 일반고 역시 소수 정예반을 구성하거나 몇몇 우수학생의 내신 관리 등은 공공연한 현실이다. 자사고의 수월성 교육과 무엇이 다른가. 사정이 이러다 보니 교육부도 시도 교육감이 동의하면 자사고 탈락자들도 일반고에 배정할 수 있도록 해 서울과 7개 광역시 등 상당수 지역이 이를 반영했고 일부에서는 정원 외 추가 배정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 전북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도내 명문대 입시성적의 절반 이상이 상산고 등 몇 개 학교의 실적임을 모르는 것일까. 우리 전북의 여건을 보자. 인구가 늘려면 정주여건이 좋아야 하는데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교육여건이다. 이들 학교엔 전국에서 온 우수학생들이 전북을 제2의 고향삼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설립자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우수인재를 양성하겠다는데 그걸 막는다는 게 온당한 정책일까. 사람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빡 않는 냉혹함과 자격지심에 찌든 교육정책을 걱정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자치·의회최백렬 전북연구원장 후보자, 23일 인사청문

익산조용식 “익산 관광객 5000만 시대 열겠다”

익산전주 쑥고개교차로 병목지점 개선

정치일반이재명 정부, 3년 반 만에 ‘청와대 시대’ 복귀

사건·사고순창 섬진강서 물에 빠진 50대 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