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모두 다 이루어지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만사형통하세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충만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금년에도 어김없이 이렇게 다양한 설 축하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 중에 며칠이 지나서도 잊혀 지지 않고 내 마음 속에 남아있어 여러 번 들어다 본 메시지가 있다
“세월 차∼암 빨리 가는군요. 우리말에 ‘덕분에’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 속엔 사랑과 은혜 그리고 감사가 들어 있다고 하네요. 오늘도 부모님 ‘덕분에’, 친구님 ‘덕분에’, 그리고 저를 아는 모든 분들 ‘덕분에’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하며. 특히 당신 ‘덕분에’ 항상 잘 지냅니다. 사랑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인생길, ‘덕분에’ 항상 고맙고 감사합니다. 새해를 맞아 복 많이 받으세요.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요.”라는 어느 수필가가 보내준 축하메시지는 왠지 가슴을 찡한 울림을 주며 남아있다.
그것은 평소에 잊고 지내던 ‘덕분에’라는 단어가 새삼스레 다가와 가슴을 두드렸기 때문 이싶다. ‘덕분德分에’ 라는 말은 ‘베풀어준 은혜나 도움’이라는 뜻으로 덕德, 덕윤德潤, 덕택德澤, 은덕恩德과 같은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누구에게 덕을 나누어준 적이 있었던가. 누구에게 어떤 은혜를 베풀고 도움을 준 적이 있었던가를 돌이켜 보니 참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삶이었다. 주려는 것보다는 받으려고 힘쓰며 살아왔지 않았던가, 아마 의례적인 인사겠지 하면서도 ‘덕분에’ 라는 말이 머릿속을 뱅뱅 돌며 떠나지를 않았다.
‘덕분에’라는 말에 자신을 반추해본다. 육십이 넘도록 공직에 있을 수 있었으며, 노후에도 알량하지만 이렇게라도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세 분의 ‘덕분에’ 라고 생각된다. 돌이켜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토끼가 발을 맞추고 앞뒤 산에 간대를 걸치면 걸친다는 험한 산중에서 태어난 터라 마을사람들은 으레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농사일이나 시키던 때였다. 그런데 나를 대학까지 보내주신 아버지, 그건 순전히 아버지 ‘덕분에’였다. 또한 평생 한없이 예뻐해 주시며 대학입학금을 내 주신 외할머니의 ‘덕분에’도 있었다. 그리고, 새벽 일찍 밥을 지어 이십 리도 넘는 통학을 도와주신 어머니의 ‘덕분에’도 잊을 수가 없다.
젊은 시절 잔병치례로 고생하던 퇴계 이황이 양생법을 자세히 소개한 ‘활인심방’이라는 의서에 심취하여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각고의 노력 ‘덕분에’ 일흔 살까지 건강하게 장수를 누렸다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주위에서 걱정과 우려 속에서도 저희는 잘 지내고 있으며 이제는 아이가 나한테 힘을 줘서 ‘덕분에’사는 느낌이라고 한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는 기사가 문득 떠오른다. 나도 세분들의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음을 생각하니 가슴 깊이 흐르는 뜨거운 그리움이 폭포수 되어 목이 멘다.
‘덕분에’ 라는 말은 사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다. “당신 ‘덕분에’ 꽃이 피었습니다.”,“당신 ‘덕분에’ 꿈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당신 ‘덕분에’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당신 ‘덕분에’ 오늘의 영광이 있었습니다.”,“당신 ‘덕분에’ 행복합니다.”,“당신 ‘덕분에’ 웃으며 살아갑니다.”,“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잘 왔습니다.”,“당신 ‘덕분에’ 저녁 잘 먹었습니다.”,“당신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이런저런 일로, ‘덕분에’ 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덕분에’ 라는 그 말 한 마디 듣는다는 건, ‘덕德’ 하나가 쌓인다는 거 아닐까? 당신 ‘덕분에’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흐뭇한 일인가.
* 박종은 수필가는 고창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고창예총 회장으로 있다. 영랑문학상과 전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나의 포트폴리오> 와 산문집 등 10권의 저서가 있다.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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