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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우리 동네 꽃동산

이금영
이금영

연둣빛 물결이 아침의 빗장을 연다. 베란다에 나가 싱싱한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을 한다.

하룻밤 사이에 연두가 초록으로 재주를 넘었나. 아니야 아직은 연두야. 온도계를 오르내리는 일교차에도 따사로운 초록 햇살에 화답이라도 하듯 나뭇잎도 꽃잎도 하루가 다르게 초록을 닮아 간다. 한낮엔 초여름 날씨인 듯 착각을 할 수도 있겠다. 목련이 지고 구름 같은 벚꽃도 꽃비로 흩어진다. 철쭉이 자기 차례라고 홍조를 띠고 있어 그 진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우리 동네 완산 칠봉은 요즈음 동요속의 꽃 대궐이 되었다.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노래가 흥얼거려질 수밖에. 꽃 대궐 가는 길 이곳은 나의 고향은 아니지만 20여 년을 살아 왔으니 고향 같은 곳이다. 남부시장 다리를 지나 싸목싸목 걸어서 완산 시립도서관으로 오르다 보면 도서관 뒷산이 바로 꽃 대궐이다. 꽃향기 따라 걷다 보면 솔 내음이 코를 간질이고, 가슴으로 파고드는 소쩍새 소리가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핑크빛 겹 벚꽃이 만개하면 터널을 이루어 꽃그늘 아래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셀카봉 셔터를 눌러댄다. 망울망울 피웠던 꽃들이 바람에 흔들려 연분홍 꽃잎들의 꽂진 자리가 꽃눈으로 펼쳐진다. 차마 발걸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요리조리 살피며 한발씩 즈려밟아 본다. 완산 칠봉은 꽃 대궐뿐이랴. 봉우리가 일곱 개라 칠봉이 아니던가. 자세히 숲을 드려다 보면 맹감나무와 산딸기도 보이고 키 작은 야생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기에 송진 냄새도 더하며 지나는 사람들을 산으로 유혹을 한다.

완산 칠봉 꽃동산은 몇 해 전만 해도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았다. 시대는 바야흐로 넷트워크 시대인지라 신문과 TV에 몇 번 소개되더니 오늘에 이르렀다. 완산 칠봉 투구봉 꽃동산은 개인의 소유였는데 명소가 되다 보니 사회에 환원했다는 이야기다. 그가 선친의 묘가 있는 야산에 꽃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부터 40년 이상을 정성 들여 가꾼 꽃밭이었다. 비록 어려운 생활이었지만 평생을 자연적인 꽃동산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의지로 그는 꿈을 이루었다. 그의 노력으로 봄맞이하는 이들에게 화려한 불꽃 같은 생명의 꽃을 선물로 안겨준 것이리라.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꽃구경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꽃봉오리 같이 예쁜 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오고, 꽃보다 더 예쁜 사랑으로 만난 젊은이들이 사랑의 꽃향기에 취해 헉헉대며 올라온다.

“저어, 꽃동네가 어디쯤 있나요?” “네, 벌 나비들의 날갯짓을 따라서 곧바로 오르면 됩니다. 거의 다 왔어요.” 끝없는 상춘객 물결들의 대열이 우리 동네 꽃동산으로 밀려오다니 마치 주인처럼 흐뭇하기만 하다.

짙붉은 꽃들이 아침 햇살에 불꽃 되어 반짝거리면 마음도 따라서 반짝이고, 순백의 철쭉을 만나면 마음도 순화되는 느낌이며 어른 키보다 훌쩍 커서 만개한 영산홍을 올려다보면 관객도 어느새 훌쩍 커진다.

우리 동네 봄꽃동산의 대표적인 꽃들은 조팝나무, 영산홍, 겹벚꽃과 해당화, 백일홍, 철쭉, 흰철쭉, 노랑 매화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해 말 그대로 아름다운 꽃 대궐이다.

완산칠봉 꽃동산에 만개한 겹벚꽃과 철쭉 사이에 선들선들 징검다리 밟고 오는 봄바람이 휘어진 초록을 붙들고 고향의 봄노래를 부른다.

 

* 이금영 수필가는 <수필과 비평> 으로 등단하여 가톨릭문우회. 전북수필. 행촌수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행복을 담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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