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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법적 지위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딕 휘딩턴(영국, 1358~1423)은 상인으로 큰돈을 벌어 후에는 런던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600년 전에 활동했던 그의 이름이 오늘날에 이르러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이 다양한 기록으로 전해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가 사회를 위해 내놓은 전 재산으로 지어진 병원과 구제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거주지 등이 600년 가까운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영국의 이름난 무역상이었던 휴 피츠워렌의 도움을 받아 상인이 된 휘딩턴은 엄청난 재산을 모았으며 후에는 리처드 휘딩턴으로 불리며 경(sir) 칭호까지 받을 만큼 성공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흥미롭게도 <고양이 상인 휘딩턴> 으로 후세에 전한다. 그가 부를 축적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된 데에는 온전히 그의 반려동물이었던 고양이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전해지는 동물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그만큼 인간과 동물이 상생해온 역사가 길다는 증거겠지만 그에 비해 동물이 인간으로부터 보호 받아온 역사는 지극히 짧다. 일찍 동물보호에 눈을 뜬 나라들조차 법적으로 내용을 명시한 것은 1800년대 들어서이고, 동물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각 나라마다 본격적으로 동물보호법 제정에 나선 것은 1900년대에 이르러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을 맞아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으나 동물 학대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반려동물을 학대해 다치게 하거나 죽는 경우에도 동물을 ‘유체물(물건)’로 규정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훼손했을 때 가해지는 ‘재물손괴죄’와 비슷한 처벌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반려동물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농림축산부가 발표한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8%, 638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견은 602만 마리, 반려묘는 258만 마리나 된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나 동물보호에 관심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버려지는 동물이 늘고 있고, 동물 학대도 여전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한데 이어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새로워진 동물의 법적 지위(?)는 더이상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존중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의 시대, 인간과 동물이 상생하는 길이 이제 조금 더 넓어졌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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