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偏頗)’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음’으로 기술된다. 편파란 용어는 치열한 승부 세계에서 주로 등장한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가간 경쟁과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는 편파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단 한 명의 승자 만을 가리는 선거에서도 편파 보도 논란이 반복된다.
편파의 아픔을 극복하고 나오는 행동은 미화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된 황대헌은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자신과 부딪쳐 피해를 입은 선수를 찾아가 사과했고 매너 있는 행동으로 칭찬받았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의 해설자로 나선 이상화는 자신의 오랜 라이벌이자 절친이었던 일본 고다이라 나오의 부진한 성적에 해설 도중 눈물을 터트렸고 한국과 일본 언론들은 국경없는 우정,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라고 치켜세웠다.
며칠 뒤 국내 한 일간신문에는 ‘이상화의 편파해설’이란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글을 쓴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는 이상화의 눈물 어린 편파 해설은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에 대한 진심어린 우정이라면서도 상대 선수는 이상화의 편파 해설에 서운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나아가 편파는 규탄을, 규탄은 혐오를,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며 진보-보수, 남-여, 청년-노인까지 우리 사회의 진영 논리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경계했다.
2022 대선 미디어 감시연대가 지난 18일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대담내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월 9일 양강 후보 배우자 이슈가 불거진 뒤 10일~15일까지 종편4사 시사대담에서 김혜경 씨 의혹을 다룬 시간은 172분(71.0%), 김건희 씨 의혹을 다룬 시간은 17분(7.0%)이었다. 김건희 씨 의혹보다 김혜경 씨 의혹을 다루는 데 10배 넘는 시간이 할애됐다.
선거때마다 각 후보 진영의 편파 보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편파성은 정부의 언론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2021년 기준 정부광고 총액 1조 1000억원 중 신문광고비(3000억원)의 35% 이상이 소수 신문사에, 방송광고비(4100억원)의 70% 이상이 수도권 소재 방송사에, 인터넷광고비(3100억원) 중 40% 이상이 소수 특정 온라인판에 집중됐다고 한다. 21일 전북도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직속 균형발전위원회가 밝힌 내용이다. 위원회는 정부광고 총액의 30% 이상을 지역미디어에 의무적으로 할당하고, 정부광고 수수료 수익금 1100억 원의 일부를 지역미디어 상생발전기금에 출연하겠다는 ‘지역미디어 진흥 정책’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는 반반이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수도권과 지방의 언론 수용자도 반반이다. 정부의 균형있는 언론 정책이 편파를 막고 공정을 바로세우는 길이 될 수 있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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