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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금요수필>그립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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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숙 수필가

초등학교 2학년 싱그러운 어느 봄날이었다. 엄마는 나를 두고 세상을 떠나시어 엄머에 대한 동경은 끝이 없다. 엄마의 체온을 그리워하며 밤마다 눈물로 베개를 적시며 잠이 들곤 했었다. 엄마가 병석에 누워계실 때 나는 죽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몰랐다. 철없는 나는 보랏빛 자운영 꽃이 활짝 핀 논바닥에서 친구 설자와 뒹굴며 놀았다.

 그러다가 앓아누워 계신 어머니 곁에서 책을 펴놓고 글자를 물어보곤 했다. 엄마는 아프면서도 글을 가르쳐 주시곤 했었는데 며칠 뒤 엄마가 돌아가셨다. 오남매를 두고 생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엄마는 익산군 용안면 임씨 가문에서 만석군 집의 딸로 태어나셨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호열자로 온가족이 생명을 잃었다. 그 후 어머니는 양반이라는 이유로 우리집으로 시집을 오게 된 것이다. 엄마니는 부엌일을 잘못하시어 옆집 사는 할머니가 일을 돌봐주셨다. 나는 그 할머니만 보면 좋아했다.

 할머니는 어머니에 대한 세세한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할머니한테 가면 그리운 엄마이야기를 실컷 들을 수 있었다.그래서 자주 놀러갔다. 어머니의 유품으로 화려한 함속에 보물들이 들어있었다. 빨강색 공단에 수놓은 수저집도 있고, 여러 가지 물건들도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요즘도 한옥마을에 가면 고풍스런 물건들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끌린다. 어디서 많이 보던 물건같이 느껴진다. 친구네 집에 갔을 때 친구엄마가 칭찬해 주며, 반겨주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부러웠다. 그러면서 속으로 무던히도 슬펐다.

 내 유년시절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나날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하늘을 자주 바라보았다. 낮부터 떠있는 낮달도보고 상현달, 하현달과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도 보았다. 시골 밤하늘의 별들은 검은빛 우단에 보석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나는 별과 달을 보며 혼자서 달노래를 가만가만 불러보기도 했다.

 산새소리 대나무들이 서로 부딪치는 밤바람소리, 봄이 되면 뻐꾸기 소리, 논에서 들려오는 뜸부기 소리, 5월이면 노란빛 옷을 입은 꾀꼬리가 깨죽나무에서 우리 집을 보며 노래했다. 참 듣기 좋은 소리였다.

 나는 수다스럽게 말하는 것을 싫어했다. 세월이 흘러 소녀가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잘 나가지 않았다. 내가 자라는 동안 언니들은 한 명씩 시집을 갔다. 나는 마음이 더욱 외롭고 허전했다. 나를 두고 결혼한 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지금에야 짐작해본다. 

 세월이 흘러 형부가 회갑이 될 무렵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형부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내 마음이 몹시 슬펐다. 의지했던  형부께서 떠나신 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결혼하여 약국을 하던 언니네 딸도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줄초상을 겪었던 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소종숙 수필가는 전북 익산 출생으로 ‘대한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한국 가곡사랑회 창작가요제 ‘박꽃’ 작사, ‘삶의 자리를 보다’ 들을 공동 출간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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