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시대 열어야 하는 막중한 과제
전북 정치 리더십 한계 아쉬움도 남아
지역위기 돌파 위해 다른 리더십 필요
전북도를 비롯한 각 시·군이 민선 8기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여전히 전북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전북은 번번이 국정 현안마다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에 축소지향의 과거 전북을 벗어던지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변혁을 일으켜야 한다는 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지난 15일 전북일보 편집국에서는 ‘민선 8기 출범과 전북의 향후 과제’란 주제로 좌담회가 마련됐다. 좌담회는 본보 김영기·조상진 객원 논설위원과 이경재 전북애향운동본부 기획처장, 이재규 우석대 교수가 함께하고 사회는 본보 위병기 편집국장이 맡았다.
과거 중앙으로부터 소외와 배제를 겪다 보니 축소지향의 전북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 김영기 위원 “전북은 근대와 현대를 거슬러 올라오면서 성장이냐 낙후냐 문제의 갈림길에서 주어진 밥도 못 먹고 특히 전주는 낙후된 도시가 됐다. 조선시대 전라감영이 있었고 제주 등 호남지역을 관할했던 곳이 전주였다. 토호 정치가들이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데 지역의 발전을 막아섰다.”
△ 조상진 위원 “역사적으로도 전라북도는 축소지향의 길을 걸어왔다. 금산군과 구례군이 과거 전북 땅이었지만, 충남과 전남으로 편입됐다. 전북은 면 단위 지역만 받아온 것이 전부. 인구도 262만 명까지 갔다가 178만 명으로 줄었다. 인구와 땅 모두 줄어들었지만 여기에 대해 항거하는 모습은 없었다.”
△ 이경재 처장 “과거 전북이 실패한 사례들을 반추해 미래를 진단해 보고 성공 시대를 열어나가도록 복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북 인구와 경제력, 지역총생산량 등이 미미한 발전에 그치고 지난 30년간 지방자치시대에 한발도 못 나간 현실이다.”
△ 이재규 교수 “기존에 정치와 언론이 지역에 던진 메시지 프레임이 소외와 배제다. 책임회피의 프레임이라 본다. 타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놓친 부분, 지나온 과거를 살피는 주체적인 기획이 중요하다.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 놓친 것, 짚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과거 전북은 주류가 아닌 변방이었다. 지금도 전북 정치가 중앙 정치의 맹주로 자리 잡는데 리더십의 한계를 보였다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에 대한 평을 한다면?
△ 김영기 위원 “과거 1970년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40대 기수론을 이끌었던 전북 출신의 고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가 있었지만 당시 당권파에 의해 이른바 사쿠라 논쟁에 휘말렸다. 전북에서 정동영 상임고문과 정세균 전 총리 등이 득세했으나 힘을 못 썼다. 공천을 걱정하는 정치인이 많아 자생하는 정치인이 없었다.”
△ 조상진 위원 “단체장이나 리더십이 아주 소극적이고, 방어적이었다. 또한 문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지역도 뺏기고, 인구도 줄고. 우리 지역 리더가 본인의 앞만 보고, 이익만 생각하고 자신이 당선되는 것만 생각했다. 앞을 내다보고 지역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볼 수 있다. 전북이 오늘날 쪼그라든 현주소의 배경이 그렇다. 역사가 그래왔다.”
△ 이경재 처장 “지역 정치에 대해 말하자면 실사구시적인 판단을 하는 유권자 의식이 부족했다. 예전에 김제 백구로 KTX역 신설 주장이 있었지만 지역에서 삭발 투쟁을 하고 거센 반대가 일었다. 그러한 것을 극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이재규 교수 “역동적, 변혁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감한다. 동시에 우리 전북 지역에서 취약했던 점은 통합의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강력한 리더십뿐 아니라, 선두부터 중앙, 후미까지 아우르고 가는 통합 과정이 민선 8기 초반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과거 유림의 반대로 호남선 철길을 전주로 가져오지 못한 점이 지역 발전의 저해요소로 꼽히고 있다. 또 국제공항 사업도 2029년 완공 목표이지만 지지부진했었는데.
△ 김영기 위원 “공항 문제는 전북의 비극이다. 전북은 근대화 과정에서 교통이 낙후됐다. 교통이 낙후되니 기업유치도 인프라가 없고 배후도시가 없다. 물류비용을 들여서 전북으로 공장을 세울 기업이 얼마나 되겠나.”
△ 이경재 처장 “익산역이 있지만 그 주변으로 발전도 더디고 전북 혁신도시도 인프라가 크게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김제 백구로 KTX역 신설 주장이 있었다. 전문가 용역에서도 백구가 제일 좋은 자리라는 평가가 있었고 채수찬 전 국회의원 등 일부 동조했으나 지역에서 특히 익산 정치권이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삭발 투쟁을 하고 거센 반대가 일었다.”
전북의 미래 먹거리인 새만금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도 당면한 과제이지만 구체적인 실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 김영기 위원 “새만금 사업의 경우 물은 고이면 썩으니까 신재생에너지 하는 판에 해수유통을 하고 그 위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새만금 구역 문제도 지자체간 땅따먹기만 하지 말고 어떻게 상생해서 발전시켜 나갈지 논의해야 한다.”
△ 조상진 위원 “새만금 행정구역 문제는 시급히 풀어야 한다. 군산, 김제, 부안 단체장들이 양보와 대화로 풀기에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새만금 메가시티 어려운 문제다. 새만금은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빨리 만드는 것보다 명품으로 만드는 게 먼저다.”
△ 이경재 처장 “새만금에 무슨 그림을 그릴 것인가 생각이 중요하다. 국제투자진흥지구 같은 그림을 제시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항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전북의 공항 건설은 1990년대 추진해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예타 면제로 어렵사리 성사한 새만금 국제공항인 만큼 완공 시기를 1년 정도 단축해야 한다.”
△ 이재규 교수 “새만금의 경우는 길게 이어진 과정이다. 새만금 자체가 행선지 없이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중앙이나 우리(전북)나 행선지를 제대로 말할 사람이 없다. 상당 기간은 막고 보자는 식이었고, 그런 전제는 이미 무너졌다. 새만금은 장기적인 호흡으로 우리 전북의 이익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조바심 낼 필요 없다.”
지역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전주 완주 통합을 추진했으나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무산된 일도 있다. 최근 화두로 다시 떠오르는 전주 완주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가 있는지.
△ 김영기 위원 “정부에서 군산, 옥구와 익산, 이리 등 강제 통합도 있었으나 전주 완주 통합은 정치권 반대에 성사되지 못했다.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를 판에 다른 목소리를 내니 통합이 어려웠다.”
△ 조상진 위원 “현재 전주에만 통합추진협의회가 마련돼 있는데 그것부터 개선해야 한다. 도지사와 전주시장, 완주군수, 국회의원 4명을 포함한 7명이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협의체를 통해 통합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 이경재 처장 “전주 완주 통합 문제는 지난 1997년 맨 처음 시작해 2009년에도 무산된 사례가 있었다. 그 사이 청주는 인구 85만명이 되면서 몸집이 커졌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완주군 제안을 수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청주 통합은 자녀 교육문제, 부동산 가치 상승,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효했다.”
민선 8기가 지역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과거와 다른 리더십이 필요해 보인다. 정치권과 지역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 김영기 위원 “지역 정치인들이 자신의 영달 때문에 지역에 도움은커녕 해가 되면 안 된다. 정치뿐 아니라 대학 등 유관기관의 협조도 필요하다.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에 지자체와 대학이 거리를 둬서 되겠나. 광역지자체와 거점 국립대의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 이경재 처장 “정치인의 무능력과 무기력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정치 구조의 틀도 문제다. 전북이 일당독주 속에 있어 공천을 받으면 되는 구조에서 도민들도 실사구시적인 시각을 가져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 이재규 교수 “전북의 정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부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동원 정치 구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권리당원 문제를 포함해 박스 선거가 되니까 경쟁력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검증하거나 토론도 한 번 하지 않고, 조직만 관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내부 정치 구조에 관한 문제도 되짚어볼 만한 부문이다.”
김영호·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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