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호모 모벤스를 위하여

image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지원관

계묘년 새해의 화두는 ‘고향’이다. 인구 소멸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니 전국 곳곳에서 유명 인사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각 언론 지상에서도 고향에 관한 글이 넘친다. 이동성이 풍부한 현대는 내가 태어난 고향과 현재 살고 있는 주소가 대부분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시책이랄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이동하는 동물이었다. 대략 기원전 7천 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된다. 그 뒤로 인류 문명은 상상 이상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거쳐 21세기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다. 어렸을 적 우리는 철이 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철이란 시절이다. 성장하고 정착하여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는 방식이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뿌리, 안착하는 삶, 안정적인 생활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였다. 

정주하는 시대에도 그늘이 있다. 순혈주의, 집단 간의 편가르기와 갈등이 상존한다. 게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혼잡하다. 농촌과 도시 그리고 국가간의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역간 불균형은 당장 치유책이 필요할 만큼 심각하다. 인간의 문명을 촉진시켜온 가장 큰 원동력인 정주성(定住性)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의 원인이 되어간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시대정신(zeitgeist)은 무엇일까? 우리가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지점이다. 

로버트 링거는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진단했다. 움직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움직여서 풀어야 한다. 인류는 이를 위해 이미 제2의 유목 생활을 시작하였다. 편도 통행에만 2시간 걸리는 출퇴근도 불사한다. 좋은 일거리가 있으면 국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철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고정되어 있던 생각과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땅(Terra Incognita)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창조성이 그 기저에 있다. 들뢰즈는 이것을 노마드라고 칭하면서 ‘시각이 돌아다니는 세계’로 명명하기 까지 했다. 이제는 사람과 정신, 재화와 가치가 마구 움직이는 시대이다. 따라서 사회의 기본 운영 방식은 유동하는 인간을 전제로 해야 한다. 

먼저 공간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곳이다. 따라서 집은 여러 개 일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한 지역에서 발전을 기획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을 달리 해야 한다. 정주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이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게 바로 끝없이 이동하는 인간이다. 우리 지역에 주소를 둔 사람만이 주민이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 찾아오는 사람,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주민이다. 이런 생각은 올 해에 생활인구 개념으로 법제화되었다. 

이제 바야흐로 호모 모벤스(Homo Movens), 움직이는 인간의 시대이다. 자크 아탈리는<호모 노마드>에서 유목하는 인간의 미래를 박애와 공동체 정신에 두었다. 타자에 대한 개방과 포용이 필요하다. 그래야 움직이는 인간을 수용하는 정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개방과 포용의 정신으로 관광과 새로운 일자리, 볼거리 등을 통해 사람들이 전북을 찾아오게 하자. 이런 성찰 속에 ‘먼저 온 미래’, 즉 인구 감소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이 있다고 본다.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지원관

 

△ 김광휘 국장은 전북도 정책기획관, 새만금환경국장,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과장 등을 역임하였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익산10월 익산 소비 촉진 정책 ‘통했다’

정치일반김도영 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위촉

정치일반올해 100대 기업 여성임원 476명 역대 최다…전체 임원 중 6.5%

정치일반'검은 수요일' 코스피 6%↓…급등 부담 속 'AI 버블론'이 직격

군산“군산에 오면, 미래 체육을 만난다”